선명했던 그 두줄
#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첫 번째
by 도레미파솔라이프니치 Mar 1. 2020
분명히 선명한 두 줄이었다.
순간 2주간 아파왔던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1주는 감기로 고생을 해서 감기약을 달고 살았고, 감기가 지나가는 순간에 허리가 갑자기 아파왔다. 1주간 허리가 너무 아파 파스를 붙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직장동료가 물리치료를 받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불현듯 요즘 꾸던 꿈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생리 예정일을 계산했고, 갑자기 임신 테스트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병원이 아닌 편의점에서 테스트기를 사서 집으로 갔다.
소변이 닿는 순간 앞줄부터 선명하게 나타났다.
한 줄로 된 테스터기만 보다가, 두 줄은 처음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신랑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전송했다.
1이 사라지는 속도에 맞춰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아가 생긴 거야?”라고 물었다. 우리, 그리고 아가. 그 두 단어가 만들어 낸 단어가 왜 그리 설레던지
우리는 5년의 연애를 끝으로 2018년 말에 결혼했고, 잠시의 신혼을 즐기고, 2019년부터 아기를 준비해 보자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을 비웃듯 나는 2019년에 편도 2시간 거리로 발령이 났다. 출퇴근하기에 너무 힘이 들어 선택한 주말부부, 그리고 나의 긴 생리 주기 덕에 아가를 만날 확률은 낮아져만 갔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첫 결혼기념일 2달 전까지 단 한 번도 소식은 없었다.
그때쯤. 주변 지인들은 주말 부부여서 그럴 수 있으니, 산부인과에 가서 날짜를 받거나, 임테기를 사용해 보라는 권유를 했다. 무서웠지만,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가보았고, 날짜를 받아왔다. 지인들은 날짜를 받아와서 노력한다고 아가가 바로 올 확률은 낮다면서 그리 기대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는 노력도 해야 했다.
기대하지 않는 노력도 잠시, 독한 감기가 왔다. 감기가 낫는 순간 손을 허리에 대지 않고서는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허리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한 동안 야근을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 아가의 신호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결혼기념일 1달 전, 우리의 아가가 요란하게 나의 품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