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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의수박 Mar 23. 2022

라이프스타일은 나이도 성별도 아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이 조직에서 새로운 기획을 실현시키는 건, 보이지않는 견고한 벽을 두세개쯤 깨부수는 일이다.


이 조직의 어르신들은, 본인들이 아는 범주를 벗어나는 걸 극도로 경계했고  본인들의 경험치 안에서 모든걸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했다.


뭐하나 새로운 것은 민원의 또 다른 얼굴이 될까 두려워했고, 익숙한 방식이 아닌 것들을 못견뎌했다.


그런 어른들. 그러니까 안전이 최우선이라 여기는 그들의 견고한 벽에 작은 균열을 내는 것이 지난 2년간의 나의 흔적이다.


숫자 말해주지 않는 것들  

내가 사는 곳은 빠르게 변해왔다. 여기는 관광지이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며, 새로운 꿈을 찾아 이주해온 사람들 만큼 떠나가는 이들도 많았다. 딱딱한 인구표에 잡히지 않지만 이곳에 터를 둔 이들이 새로운 얼굴로 자리잡고 있었다.


주민등록 거주지를 바꾸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주거형태로 사람이 산다. 한달살이를 하거나 혹은 6개월, 1년씩 살러 온 이들이 넘쳐난다. 워케이션하며 본가와 이곳을 오가는 이들이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 지역만의 독특한 정주문화이기도 하고, 그로인해 독특한 문화상들이 생겨나고있다. 


새로운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진 못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어떤 연쇄작응을 불러올지 예측하고 목도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뒤쳐져있다. 수치나 지표로 즉각 반영되지 못하면 '있어도 없는 일'이 된다. 그저 반짝 스치는 바람이고 해프닝 취급이다. 고루하기 그지없다.


언제까지 연령, 성별 타령을 할텐가

그저 객관적이라 믿는 그 숫자들이 보여주는 정보라는게 너무 경직돼어 지금 세태를 온전히 반영해주진 못한다.


정주환경이 바뀌니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천차만별이고  취향 따라 변해가고있는데 여전히 네모반듯하게 오려진 나이와 연령으로만 묶어내 무언갈 만드려고 하 납작해질수밖에...여기나 타지나 똑같이 복제한것마냥 뻔한것들이 나오는 이유는 주로 이런거다.


정주환경 변화에 따른 지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신규사업을 준비했을때 타겟에 대한 극명한 피드백이 온다. 범주를 세대와 연령으로 나누지 않은 이유를 소리높여가며 설명해도 "무슨말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하던대로 하자." 이러면 힘이 딱 풀린다. 


라이프스타일은 나이도 성별도 아니다. 취향이고 살아가는 생활방식에 더 가까이 있는 건 아닐까. 30대 모두 결혼을 하거나 자녀가 있다는 가설은 너무 낡았다. 직장인이 모두 회사로 출근해 9-6시근무할거란 생각은 또 어떻고.


하던 대로만 할거면 나는 여기 왜있나

정답을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꽤나 어렵다. 그사람이 내 상사이고 결정권자일때는 더더욱 말이다.


지금까지 이래왔으니 앞으로도 이래야한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몇번 기획안으로 입씨름하다 지쳐  한번은 말을했다. "저 여기 문화전문인력으로 와있는거 아닌가요? 늘 하던대로만 해야한다면 전 여기있을 이유가 없는거 아닐까요."  


문화엔 답이 없다. 기획은 '어떤' 문제를 정의내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과정이다. 정답을 예측하고 풀수있는 숙제가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정의가 필요하다.

견고한 벽에 낸 작은 균열들은 결국엔 벽을 허물수있을거라 생각한다.  


다시돌아가서,

그래서 내가 준비하고 밀어부친 기획안은  뭐였을까. 여기이기에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작업의 맨 앞줄에 환경을 넣었다.


우리 어르신은 물론 또 기암했다. 

"문화에 환경이 또 왜 나와?!"


문화도 환경도 사람사는 이야기인데, 섞고 또 섞으면서 파이를 만들어가야죠. 이거 우리니까 지금 되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또 작은 틈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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