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도전은 계속된다.
73세 백발의 노인이 짐을 싸고 있다.
노인은 이미 한달살기 숙소 예약을 마쳤다.
그의 목적지는 베트남 호치민이다.
아직도 옛 이름 사이공으로 불리는 베트남의 수도.
뮤지컬 '미스 사이공' 속 베트남 전쟁의 그곳.
노인은 혼자 떠난다.
혼자서도 한 달은 거뜬하다고 했다. 한 달을 살고 오면, 다음 번엔 더 긴 도전을 할거라고 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숙소는 시내 구석의 저렴한 곳으로 골랐다. 노인은 사이공에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구글맵과 그랩 택시 잡는 방법을 숙지했다. 한국어로 말하면 베트남어로 들려주는 AI 번역기를 다운 받았다. 사이공을 휘저을 다리를 준비시키기 위해 매일 만보를 걸었다.
그는 이번 도전이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그의 아들은 알고 있다. 마지막 도전이 앞으로도 매년 있을 거라는 것을. 흰머리 탐험가는 매년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것을. 그에게는 전적이 있다. 파리 시내를 두 발로 걸어 다니던 고희(古稀)의 배낭여행자, 밤에는 젊은이들 가득한 다인실 침대에서 눈을 붙이던 노인. 그의 무대가 이번엔 베트남일 뿐이다.
백발의 '미스터 사이공'이 사이공으로 향한다.
집구석에서 책과 유튜브로 베트남의 역사와 경제를 집요하게 탐구하던 노인이 있다. 그는 이제 베트남과 더 깊은 인연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미군 크리스는 전쟁 통에 사랑하는 베트남 여인을 남겨 두고와 평생 그녀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베트남에 두고 온 추억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베트남에 그토록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를 '미스터 사이공'으로 만든 것일까.
이야기는 1년 전으로 돌아간다.
노인이 직접 꾸린 베트남 탐사대에는 남자만 셋이었다. 노인보다 서른살이 어린 중년의 남자 대원과 그보다 더 어린 소년 대원. '미스터 사이공'이 두 남자를 불렀다. 그들에게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