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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기은 Sep 06. 2021

효리 언니를 만났다.

유기견과 계기


“그래? 잘했다”


효리 언니를 만났다. 만날 날을 세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선물을 하면 좋아할까. 당신의 팬인데, 꼭 티를 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다 가진 사람인 듯했다. 그래서 기부를 했다. 대형견 중성화 수술, 유기동물 의약품, 그 외 다양한 유기견과 관련한 곳에 야금야금. ‘동물을 사랑하는 그라면 내 행동을 반겨주겠지?’라는 계산된 마음으로 기부했다. 수줍은 맘에 바로 자랑하진 못 했다.

나는 이번에 그의 활동을 영상으로 옮길 감독 역할을 맡았다. 일단 의젓한 성인이니까 내게 주어진 역할 먼저 소화하고 나아중에. 언니가 슬쩍 물 마실 때를 틈타 말을 뱉었다. “여기 오기 전에 선물 드리고 싶었는데 필요한 게 없으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돈으로 유기견들에게 기부하고 왔어요“ 박자를 놓쳐 허겁지겁 외쳐지는 랩 가사처럼 말했다. 그리곤 칭찬을 기다리는 아가처럼 기다렸다. 언니는 말했다. “아유 그래? 잘했다”. 이 담백한 칭찬 하나를 듣기 위해 얼마나 기다렸는지.


https://www.youtube.com/watch?v=8oc5RUHdj9A



모두가 진심인 날이었다. 10  유기견 봉사러 효리 언니가 펫박스라는 회사를 찾아갔고,  회사는 유기견들을 위해 1  어치 견사를 기부했다. 반려동물과는 인연이 없어 이들의 생활에 인간보다  관심   없었으나 이날부터 나는 많은 동물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기획하며 읽고 시청한 수많은 콘텐츠를 기억하고 있는 이상, 도움이 필요한 약자의 존재를 눈치챈 이상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효리 언니를 향한 사랑이 주제인 글 같겠지만 사실 ‘계기’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다. 이날을 시작으로 나는 유기견 유기묘들을 위해 더 자주 기부하기로 했다. 그를 또 만나 칭찬받을 날이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 근데, 상관없다. 이날은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 나는 자주 계기가 될 것들을 찾는다. 돈 쓸 곳은 너무나 많고 원하는 모든 곳에 쓰기란 쉽지 않아. 근데, 이런 계기가 생기면 어떻게든 쓸 수밖에 없잖아. 멋진 사람 덕분에 기부에 대한 근사한 계기가 생겼다. 비록 시작은 계산된 마음이었지만 뭐 어때. 덕분에 나는 진심으로 동화되었고 유기견들은 집이 생겼다. 바래본다. 무럭무럭, 세상에 많은 계기가 계속해서 피어나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YqJMh0vIEss&t=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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