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1호고, 누가 2호니?

[세 돌에 시작한 육아일지] 평생 이 말을 듣고 살 너희에게

by 이진희

얘들아, 너희는 같은 날 7분 간격으로 태어났어. 일란성쌍둥이라 외모가 닮긴 했지. 엄마가 보기엔 태어날 때부터 둘이 꽤 다른데 사람들은 똑같다고들 난리야. 처음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몇 번 본 사람도 '네가 1호니, 2호니?'라고 묻곤 한단다.

음... 어… 사진으로보면 좀 닮긴했네.

세돌이 지난 요즘, 누가 물으면 너희는 잠자코 있다가 상대가 틀리면 '아닌데요? 저 1호/2호인데요?'라고 말하지. 말문이 트이지 못했던 시절엔 너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어. 괜히 염려되고 민망해서 엄마는 넌지시, '제가 1호/2호예요'라며 끼어들곤 했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가급적 그 질문을 받지 않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짜냈지만 그래도 쉽지 않더라. 요즘도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너희에게 묻곤 하니까 너희가 같이 있는 동안은 평생 따라다닐 질문 같아.


엄마는 쌍둥이가 아니니, 추측할 뿐이야. 나와 외모가 똑같은 혹은 비슷한 자매가 있다면? 잘 상상이 안된다. 마침 아는 사람이 일란성쌍둥이 자매라길래 어땠냐고 물었어. 어릴 때는 닮은 걸 이용해서 장난치고, 별 신경 안 썼다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그 질문을 받으면 어딘지 모르게 짜증이 나서, 각자 헤어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하곤 했대. 성인이 되어서도 동네 분들이 '아까도 여기 있더니 여태 이러고 있니?' 물어오곤 해서 결국 한 명이 일찍 독립해서 나가 살았다더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혼자 지내니 힘들긴 해도 홀가분하더라고.


당분간은 다른 쌍둥이 성인들의 경험을 그러모으고, 곧 너희에게 직접 물어볼 날도 오겠지. 그래서 너희가 자라는 속도에 맞게 이런저런 노력을 할 생각이야. 사람들이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섣불리 하지 않을 거야. 너희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다만 엄마 아빠를 비롯해 너희를 돌보는 가까운 사람들이 너희를 각각 잘 돌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은 분명해. 어른들 편하자고 묶어서 생각하지 않을게. 1호 네가 이러니까 2호 너도 이럴 거라고 게으르게 넘겨짚지 않을게. 매 순간 너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존중하고 궁금해할게.


커플 옷은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욕심이겠지. 둘이 같거나 어울리게 입고 티격태격거리며 노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세 돌이 되면서 무엇을 입을지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하니 그 순간이 점점 드물어지는구나.

올망졸망 발가락에 상의가 바지에 낀 것도 똑같네 ㅎㅎㅎ 그렇지만 엄만 뒤통수만 봐도 누가 누군지 알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흰 정말 달라. 뱃속이 좁아서 1호 네 오른쪽 귀가 조금 찌그러졌고, 2호 볼에는 작은 점이 있지. 먹고 말하고 행동하는 건 또 어떻고. 1호 넌 탕수육 소스를 고기튀김에 찍어 먹고 2호 넌 부어 먹잖아. 2호는 버섯과 새우를 좋아하고, 1호는 버섯이 물렁해서 새우는 비린내가 나서 싫다 하지. 반면에 고구마와 달걀을 2호는 뻑뻑하다고 안 먹고 1호는 너무 좋아해. 하원하면 1호는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쉼 없이 종알종알 말하고, 2호는 그저 와락 엄마를 껴안고 얼굴을 문질러 댄단다.

뒷산에 같이 나들이 갔을 때가 생각난다. 자연물을 맘껏 수집하라고 지퍼백을 쥐어줬더니 1호 넌 낙엽과 열매를 지퍼를 닫기 어려울 정도로 모아 왔고, 2호 넌 아주 신중하게 추리고 추린 돌 몇 개만 달랑 넣어왔어. 그나마도 1호는 엄마 선물이라고 안겨 주고, 2호는 자기 거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외모뿐 아니라 식성과 성격과 취향이 이렇게 다른 너희를 어떻게 헷갈릴 수 있겠니. 앞으로는 또 얼마나 다르게 각자 커갈지 기대되고 설렌다. 누군가 또 물으면 우리 이렇게 대답할까? '저는 저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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