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 은퇴식

고마워. 넌 멋진 배냇저고리였어.

by 이진희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체중이 태어날 때에 비해 1.6kg 정도 늘었다. 둘 사이에 몸무게 차이가 300g 정도 났었는데 작았던 선둥이가 열심히 먹어서 거의 비슷해졌다. 얼굴도 거의 흡사해져서 종종 헷갈릴 정도다. 하루 한 두 번, 남편에게 둘을 구분하는 퀴즈를 내곤 하는데 (우리끼리 재미로 하고 있지만 누가 누군지 맞추는 행위나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답률이 점점 떨어진다. 내는 나도 헷갈릴 정도.


불현듯 옷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선물 받은 옷들도 금세 작아서 못 입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75, 80... 언제 입을까 싶을 만큼 까마득했던 사이즈의 옷들을 지퍼백에서 꺼내 옷장으로 옮겼다.


처음으로 작아서 못 입는 옷이 생겼다. 태어나서 처음 입혔던 배냇저고리다. 사이즈를 매기자면 50 정도 되는데 이제 입히면 팔이 짧아서 어깨 부분이 당겨진다. 뜻하지 않게 자꾸 오프숄더 스타일이 된다.


저녁엔 남편과 소박하게 배냇저고리 은퇴식(?)을 했다. 처음 옷을 펼쳤을 때, 정말 작아 보였는데 입혀보니 아이들이 더 작았다. 사람이 옷으로 휘감긴 것 같았다. 옷을 펴놓고 감사를 전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우리 아이들이 입었던 옷아, 고마워. 덕분에 아이들이 쾌적하고 예쁘게 신생아 시절을 보냈다. 넌 멋진 배냇저고리였어.

스무 살 즈음인가. 엄마가 옷장 깊숙한 곳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주셨다. 내 배냇저고리였다. 내가 감동하기를 기대하셨던 것 같은데 감동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나는 ‘뭐 저런 걸 다 보관하고 계신담...’ 시큰둥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지도 모른다. 보관은 하되 그 마음까지 아이들이 알아주기를 기대하지는 말자. 다짐하며 한 폭 한 폭 접는다.


발목양말이지만 무릎양말처럼 신기는 이 양말도 언젠가 작아서 못 신기는 날이 오겠지? 아기침대가 작아지고, 손싸개가 필요없는 날도 올테고. 그 날을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하지만 이제 안다.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너무 금방 일 거라는 걸.


어서 자자. 내일도 먹이고 재우기를 반복해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자 두어야 덜 힘들게, 더 기쁘게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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