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입보다 손 하나가 절실해요.
쌍둥이 부모가 되었습니다. 하루에 기저귀를 20장 이상 갈고, 울음의 이중창을 들으니 실감 나네요. 임신 중에는 초음파를 보거나, 의사로부터 쌍둥이라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외에는 뱃속에 쌍둥이가 있다는 게 와 닿지 않았어요. 그저 단태아 임산부보다 몸이 더 무거울 뿐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를 갖고, 낳고,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키우면서 어려움과 아쉬움은 쌓였습니다. 잊기 전에 기록하고 싶어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쌍둥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 후로 기본적인 육아 외에 쌍둥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었어요. 두루 찾아보니 '쌍둥이를 위한 고민'보다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를 '이용'한 연구나 자료가 대다수더군요. 정작 쌍둥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어요. 쌍둥이가 호기심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서 안타깝고 슬프더군요.
쌍둥이 예비엄마도 신기함과 궁금증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때가 많았어요. 아래와 같은 말을 들을 때 특히 그랬습니다.
시험관 했어? 아님 자연적으로 생긴 거야?
임신 중에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묻는 분들은 단순히 안부로 혹은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만 질문을 받는 사람은 기분이 묘합니다. 약간 당혹스러워요. 임신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데 아무나 아무렇지 않게 훅 치고 들어오니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대한민국 쌍둥이 양육인의 메카(회원 수가 무려 47,700명)인 '쌍둥이 나라' 카페에 종종 이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말이죠.
시험관이라고 하면 '둘 중에 누가 문제였길래?'(정말 이 질문을 한답니다) 혹은 '돈 많이 들었겠네'로 이어집니다. 여기까지면 다행이게요. ’내가 아는 누구누구도 시험관을 했는데~'로 시작하는,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는 분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자연임신이라고 하면 (100% 확률로)'가족 중에 누가 쌍둥이었나 봐?'라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두 대답을 다 해봤거든요.
글쎄요. 묻는 분들은 궁금증이 풀릴지 모르지만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새롭지도, 재밌지도 않은 대화예요. 쌍둥이를 갖게 된 과정과 얼마나 힘들었는지 혹은 놀라웠는지가 궁금하시다고요? 당사자들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참아주세요. '축하해! 쌍둥이 부모가 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신기하고 놀랍다. 힘들지만 멋진 일일 것 같아. 기분이 어때?' 정도로 충분해요.
애국하네~
저출산 시대에 하나도 아닌 둘을 낳으니 '애국'이라 여기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애국하자고 쌍둥이 가진 부모는 아직 못 봤습니다. 그건 단태아를 가진 예비부모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희는 두 사람이 함께한 이후로 인생이 풍요롭고 재미있어졌어요. 그래서 가족, 정확히는 '멤버'를 늘려서 같이 더 행복하고 싶어서 아이를 가졌습니다. 물론 그 멤버가 단번에 두 배가 될 줄은 몰랐지만요. 이 말에 대한 제 생각은 이 글(https://brunch.co.kr/@ioi/83)에 따로 적었어요.
이제 어떻게 하냐? 쌍둥이 키우기 정말 힘들다는데
맞아요. 힘들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정말 힘드네요. 근데 이 말이 큰 위로나 도움이 되진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해요. 가끔은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 져요.
"그래요! 힘듭니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하냐'니 어쩌라고요?"
'고생하겠네' 정도면 모르지만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걱정은 참아주세요. 육아를 직접 도와주거나 도움되는 꿀템을 선물해 주실 게 아니라면 말이죠. 저희에겐 키우기 힘들다던데,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데...를 말하는 ‘열 입’보다 기저귀 갈아 줄, 분유 하나 더 타 줄 ‘손 하나’가 절실해요.
앞으로 또 많은 말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아이들과 외출하면 정말 많은 분들이 묻고(쌍둥인가 봐요~) 바구니 카시트 들여다보며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고('정말 닮았네' 혹은 '생각보다 안 닮았네') 심지어는 손을 뻗어 만져보려고 하셔요.
시선도, 말도, 손길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비단 쌍둥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