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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6. 2022

요리사가 본 차기 대통령

-비에 젖은 우리 동네 재래시장


나는 이탈리아 요리사.. 식재료를 알면 요리와 세상이 보인다..?!!



    서기 2022년 3월 5일 오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이틀 동안 비가 오시고 있다. 그냥 오시는 게 아니라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다. 한 때는 부슬부슬 보슬보슬 추적거리며 오시던 비가 장맛비처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밥은 먹고살아야 할 게 아닌가. 아침을 먹고 난 직후 하니가 보챈다. 솔직히 나서고 싶지 않었다. 우비를 잘 챙기고 잘 차려입어도 비에 젖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신발이 젖기 시작한다. 장바구니로 사용하는 작은 수레에 비닐덮게를 씌웠으니 망정이지 비에 홀딱 다 젖을 뻔했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졌다. 그리고 시장에 도착해 보니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뿐만 아니라 가판대 앞을 가린 천막으로 빗물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시장이 온통 비에 젖었다. 그렇지만 밥은 먹고살아야 할 게 아닌가.. 비에 젖은 재래시장 풍경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카메라가 단박에 젖는다.



영상, 비에 젖은 우리 동네 재래시장




영상을 열어보시면 우리 동네 재래시장의 풍경이 실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봄이 오시는 이탈리아 남부의 날씨는 주로 이러하다. 비가 오락가락하시다가 어느 날 봄날이 저만치 가고 있는 것이랄까.. 사노라면 이런 날씨에 익숙한 듯 잘 모르고 살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르려니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주로 그러하다. 매일 먹는 밥이나 반찬 혹은 주전부리도 습관에 의지한다고 봐야 한다. 어느 날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난 다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이다. 그저 받아먹기만 하다가 언제가부터 누군가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자리에 서 본 것이다. 받는데 익숙한 것과 주는데 익숙한 것.. 그 차이는 적지 않다. 마치 아이들이 엄마의 속사정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이런 사정은 남자 사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여자 사람으로 태어나서 장차 어머니의 지위를 획득하고 나면, 그때부터 모성애가 발휘되는 데..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고 길러보지 않은 여자 사람들은 모성애를 잘 모른다. 엄마가 되어 봐야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하는 하늘의 고귀한 뜻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들이라 생각한다. 


요리사의 지위는 그런 어머니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 다만, 손님들에게 혹은 타인에게 제공하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 과정에서는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나는 운 좋게도 이런 요리 철학을 이탈리아의 요리 아버지라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으로부터 배우게 됐다.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대가가 전해준 요리 철학에 따르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하는 건 기본이었다. 예컨대 냉이를 무치거나 달래를 무칠 때 지나친 양념으로 버무리면, 식재료 본연의 맛이 얼마 민큼 달아나는 이치랄까.. 그래서 요리사들은 식재료에 대해 박학다식할 필요가 있다. 식재료의 맛을 알아야 요리의 맛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눈높이는 이곳 이탈리아에 살면서 하나둘씩 정립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먹지 않던 식재료를 맛보고 요리해 보는 등 기존의 리체타에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한 때 "사내가 부엌에 발을 들여놓으면 불알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나의 어머니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남자 사람들이었다. 



가장 큰 이유가 요리사의 길이 멀고 힘든 직업이었다. 웬만한 여성들의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게 요리사였다. 그래서 여성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빠스티체리아(La pasticceria) 혹은 소믈리에(Sommelier) 등으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랄까. 아무튼 요리사란 직업은 겉보기에 남다르고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우 힘든 '3D 직종'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요리를 잘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만의 요리 철학이 정립돼야 '창조적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눈을 찡그리면서도 음식 맛을 봐야 하고, 새로운 식재료 등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이곳 바를레타 시장이 비에 흠뻑 젖고 있을 때 한국은 사전투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전투표의 결과는 대단했다. 유권자들은 역대 최고 투표율인 36.9%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할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자기가 선호하는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며 아전인수격으로 결과를 해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나의 경우의 수를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이 누구인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그동안 두 후보를 비교도 해 보기 전부터 일찌감치 한 후보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정직한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었다. 이런 나의 선택은 요리사가 식재료를 고르는 과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신선한 식재료가 맛 좋은 요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다 썩어빠진 동태 나부랭이로 찌개를 만들 수 없듯이, 평생을 부정부패 패거리와 놀아난 거짓말쟁이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논리는 식재료를 고르는 혜안으로부터 출발했다. 신선한 식재료는 많은 양념이 필요 없다. 그저 정직하면 되는 것이다. 달래는 달래 맛 냉이는 냉이 맛 '대통령 후보는 정직한 맛' 또는 '멋'이라야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더 썩을 데도 없는 검사 나부랭이 출신은 일찌감치 안중에도 없는 것이랄까.. 



나는 이미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더 살아온 사람이다. 요리사가 아니라도 사람을 볼 줄 안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이치와 무엇이 다를까.. 요리의 맛도 사람의 멋도 정직해야 한다. 시장을 다녀온 후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으로 나가봤다. 그곳에는 꽃양귀비들이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싸돌아 다닌 나의 신발도 비에 흠뻑 젖었다. 세상이 온통 비에 젖은 듯하다. 그리고 열어본 지구촌 소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테러를 자행한 독재자는 우크라니아 국민들을 눈물에 젖게 만들고, 세계인을 분노케 하고 있다. 하루빨리 평화가 깃들기를 두 손 모은다. 아울러 우리 국민을 힘들게 한 함량 미달의 검사 나부랭이는 곧 쿠데타에 걸맞은 엄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국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고 겁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직도 도시는 비에 젖고 있다.


il mercato tradizionale del nostro quartiere bagnato dalla pioggia
il 06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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