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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Mar 12. 2021

정원과 서재를 갖고 싶다

 나의 꿈

   작가라면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방에서 글만 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를 테 면 정원사 못지않게  자신의 정원을 가꾸면서 글을 쓴 작가들 많다. 

  에밀리 디킨슨은 시인이면서 정원사였고, 헤르만 헤세도 말년에 정원사면서 화가로 활동했다. 귀여운 피터 레빗을 만든 베아트릭스 포터도 자신의 첫 책을 판 인세로 힐탑 농장을 사서 정원을 가꿨다. 제인 오스틴도 정원을 꾸며 숲에서 산책을 즐겼다. 버지니아 울프는 집과 잡초가 무성한 땅을 사서 정원과 온실을 정성껏 만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은신처 같은 정원 그린웨이가 있었다. 대단한 작품을 써낸 작가들의 삶을 존경하고 흠모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소유했던 정원을 나도 가져보고 싶같은 소망이 있.


  을 만지는 것과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비슷하다.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기에 3월이면 생각이 많아진다. 빈 화분에 무엇을 키워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키우고 싶은 씨앗봉투와 모종을 고르면 다음 단계가 문제다. 매번 어렵기 때문이다.  

  화분에 심고 나면  매일 들여다보며 살펴야 한다.  모종 일 때는 얼마나 자랄지 알 수 없다. 뿌리를 잘 내리고 커가기를  바라지만 영영 돌이킬 수 없을 때도 있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간을 들여 공들이고 정성을 쏟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트에서 필기된 글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파일로 옮겨지면  무엇이 될까? 종이 위에  낙서처럼 쓰인 글자들과 여기저기 연결된 기억들은 문장으로 옮겨진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아서 작은 소품을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시간 속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필을 쓰다 보니 굴러다니는 '먼지'까지도 글로 쓰게 한다. 그리고 바라보는 쓸쓸한 감정들도 글에 섞인다. 그럼 먼지를 털어내듯 청소가 되기 도 한다.

 직도 글이 어렵고 글쓰기 연습 중이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 흙을 만지는 것이나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모두 꿈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정원과 서재를 가지고 있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키케로의 유명한 명언 중에 하나다. 또한 루고 싶은 바람이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이 크기는 중요하지 않고, 서재에 꽂힌 책이 내가 쓴 책이 아니어도 문제는 없었다. 


  '식물과 책'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지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게 되었다. 서툴지만 어쨌든 오래도록 시간을 들이고 해 보기로 했다. 두 가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꿈이 맞을지? 꿈이 맞다면 원하는 것을 다 얻게 되는지? 나는 알고 싶다.


  지금 내가 도서관을 들락거리고, 길가의 꽃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앞으로 갖게 될 서재와 정원을 만들기 위한 안목을 키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집안을 둘러보니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책꽂이 꽉 채운 책이 보인다. 고향집을 떠날 때부터 들고 나온 책도 있고, 얼마 전에 산 책도 있다. 그리고 베란다 텃밭상자엔 오이 덩굴과 토마토가 자라고, 십 년도 넘은 알로에 화분과 화초들이 있다. 집안에도 늘 식물 화분이 있으니 정원을 집에 들여다 놓고 사는 기분이다.  어쩌면 키케로가 말하는 서재와 정원을  이미 갖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지도 말이다.


 마흔이 된 나는 이전과는 다른 욕구들이 생겼다.  나만의 정원과 서재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마흔이 된 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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