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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Oct 12. 2021

나를 위해 바쁘게 살고 싶다

용기

 

 마흔이 되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내 일상을 나만의 것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오래된 내 역할 중에 나와 거리가 먼 일부터 정리하고 싶었다.


 그중에 가장 오래된 역할은 바로 장녀라는 자리였다. 장녀라는 이유로 가족 일에서 '작은 엄마' 같은 역할들을 해왔었는데 만 두고 싶었다. 팬데믹 시대 만남을 줄이고 전화 안부를 묻는 일을 권한다고 하지만, 난 전화 안부를 끊었다.  친인척 일가에 대한 여러 관심을 끊고, 가족들과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안부전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때가 되면 안부전화를 드리고 애로사항을 듣는  내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매일 전화하는 착한 큰딸이었으니, 제주와 서울이공간도 상관없이, 모님의 일과를 매일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집안 대소사엔 늘 축의금, 부조금, 전화 안부를 물으며 친지들의 일도 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선 장녀는 이제 할 일이 없어졌으니 그만두자고 했다.



 

왜 그렇게 타인을 신경쓰는 삶을 살았을까? 장녀로 살던 시간을 빼버리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그랬나?


 이젠 가족들에게 거꾸로 별일 없이 오는 안부전화를 받는다.  먼 사촌부터 동생들까지 잊어버릴 만하면 연락이 왔다. 전화 첫마디가  " 왜 연락 안 하니?"였다. 


그래서 답을 준비했다.


" 바빠 전화할 시간이 없어, 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엄마야."


 내 대답이 우습고 농담처럼 듣겠지만,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었다. 모든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람이라고 느껴졌던 일들을 떼어놓고 보니 그다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솔직하게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는지 모른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는 정말 바쁜 사람이었다. 정확하게 엄마 역할을 하는 모두가 바쁜 사람일 것이다. 서 시간 없말은 엄마들 앞에선 무색한 듯하다. 가족들을 위한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데도 죄책감이 들고, 일을 하는 동안 가족 위해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걸 항상 미안해한다.  그동안 남들도 다 하는 엄마 노릇이 쉽지 않아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말하던 나였다. 그런데 사실 속마음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말 대신 당당하게 말한다. 엄마라서 바쁘니, 잠시 엄마 역할해야 한다고 말이다.  곡예를 하듯 변화무쌍한 엄마 역할이 나는 가장 어렵다.  

 그래도 희망은 생겼다. 장녀 할이 줄어든 대신 글 쓰는 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타인을 챙기려는 마음을 줄였지만, 여전히 엄마 역할은 휴식시간이 거의 없고, 글을 쓸 시간은 항상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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