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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Dec 29. 2020

숨겨진 나를 찾고 싶다

내 안의 나


  시작은 ''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먼저였다. 나를 정의 내리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나를 둘러싼 관계들 사이에서  나만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가족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나만의 방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다독이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나 혼자만의 삶은 상상해보지 않았다. 늘 나와 함께하는 관계에서 보람을 찾았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그러나 철이 들기도 전에 아버지는 하늘로 사라졌다. 남은 어머니는 나와 딱 붙어 있어서 나인지 어머니 인지 따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

수없이 생각했다. 어디서든 답을 구하고 싶었다. 구에게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은밀하게 내색하지 않고, 나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마치 비밀 작전이라도 펴듯이, 완전한 비밀이며, 하나씩 모아진 노트를 간직했다. 입이 근질거리는 것은 모두 글로 남겨야 했다.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삶의 궁금증들이  키워드 뽑아지고, 그것들을 하나씩 기억해 냈다. 그러다 문득 작가의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나에게 작가 남몰래 흠모하는 대상이었는데, 스스로 가가 되려는 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중 지능 진단, 애니어그램, MBTI 등을 해보며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 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궁금했고,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공개강의나 무료강좌는 나의 목마름을 조금씩 채워주었다. 그러다 명리학 강의를 한동안 듣게 되었다. 내가 가장 젊은 수강생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분 중에 한 분이 이러는 것이다.

"서른 넘은 나이에 다 늙어서 이제 무슨 적성을 찾는 다고 그러세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는 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곧 결혼을 앞둔 시기였다. 그래도 나는 회사 생활이 다는 아닐 거라는 아쉬움이 더 컸다.

 

  운이 좋다면 숨겨진 나를 찾아서 제대로 살아 볼 수도 있다고 믿었다. 존경하는 작가들 중에 조금이라도 나와 닮 점은 없는지 찾아보려 했다. 가 작가의 자질이 있는 증거가 필요했다. 명리학에서는 같은 사주가 없다고 한다. 태어난 날짜와 시간이 똑같아서 같은 사주를 갖는다고 해도 살아가는 환경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에게 자라는 쌍둥이도 집 밖으로 나가면 각자 인생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들과 닮은 점을 찾려 했던 건 쓸데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 아니 르노 생일이 나와 같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그녀의 책 <칼 같은 글쓰기>에서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겠다는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존경했다. 신의 기억과 경험들로 시작되는 소설들은 모두 그녀의 것이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갈래갈래 뻗어나간 줄기는 내 머리속 같다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나는 여전히 나를 찾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 존재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었다면 진작에 찾았을 것이다. 늘 걱정을 달고 사는 나는 완벽하게 정리된 환경을 좋아했다. 일과 집안일을  완벽하게 끝을 내고, 휴식마저 완벽한 시간에 하려는 마음이 문제였다. 갑상선이 무너지고도 몸이 아픈 것을 금방 알아채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 완벽함을 때문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비로소 과정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처음 끄적인 메모들과 노트들 사이에서 완성되어 가는 글들이 나온다. 그리고 글들이 쌓인다. 지금은 그 과정이 좋다. 시작은 모두 나에게서 출발했기에  안심이 된다. 갑상선이 알려준 고마운 경고는 타인에게 매달렸던 시선을 모두 나로  바꾸어  놓게 했다. 든 것은 '나'에서 시작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와 잘 지내며, 차곡차곡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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