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고에도 많은 수확물을 주는 착한 텃밭이 금방 좋아졌다. 매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밭은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였다. 날이 더워지자 물 주기와 잡초관리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밭을 일주일에 두 번가는 규칙을 만들었다. 한 번은 가족들과 그리고 한 번은 혼자서 였다.
1. 텃밭 물 주기
초보 밭주인을도와주기라도 하듯, 여름 장마를 제외하고가문 날이 거의 없었다.흙이 완전히 말라 있는 밭에듬뿍 물을 주고 나면, 비가 오는 날도 있으니일주일 두 번 가는 걸로 밭은 유지되었다.
고추는쌀뜨물을미리 챙겨가서주었다. 액상비료를 희석에서 주는 밭도 있었지만, 우리는 가끔 커피 원두 찌꺼기를 말려서 가끔씩 뿌려주었다.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작물들이 있어서 게을러도 문제없었다.
2. 잡초관리
텃밭에 예쁜불청객이 찾아왔다. 야생화들이었다.가장 많이 핀 꽃은 주름잎 꽃과 털별꽃아재비, 괭이밥 그리고 별꽃이었다.
별꽃
주름잎꽃
털별꽃아재비
도심에서도 흔히 자라지만, 밭에 핀 녀석들은 꽃송이가 크고 색이 선명했다. 며칠 만에 가보면 작지만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새롭게 피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어느새 싹이 올라와 꽃이 피다니, 야생화를 좋아하는 날 놀리듯 반가운 손님처럼 굴었다. 밭이 아닌 곳에서 꽃들을 보았다면 사진을 찍느라 한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밭에서 하는 야생화 구경은 아주 잠시였다. 언른 정신을 차리고 작물들을 챙겨야 했다.
특히 씨앗 파종을 하고 나서는 더 신경 써서 잡초를 뽑아줘야 작물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막 피어난 고운 야생화지만, 잡초제거를 위해선 뿌리까지 뽑아내야 했다.
한 정원사가 잡초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옥수수 밭에 핀 해바라기 꽃은 잡초이며, 해바라기 꽃밭에 자란 옥수수는 잡초다." 그 말이 딱 맞았다. 채소밭에 자라는 야생화는 잡초일 뿐이었다. 잡초가 된 야생화는겨울 수확 때까지도 지치지 않고피어났다. 기름진 밭은 야생화들에게도 끈기를 펼칠 좋은 곳이 되었나 보다. 더 놀라운 건 나였다. 평소 야생화를 귀하게 대했지만, 내 밭에 잡초는 거침없이 뽑아냈다. 텃밭에야생화는 없고 채소들을 키우는 것이 먼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