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는 하얀 솜을 붙여놓은 듯 완전히 만개했다. 바람결에 풍기는 향긋한 향기가 맡아졌다. 꽃나무 앞에 거의 다다랐는데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귀여운 꿀벌 한 마리가 붕붕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이리저리 실룩거리면서 꽃더미 속을파고들고 있었다.
남편이 매화나무와 매실나무가 같은 건지 물었다.
보통 꽃만 보려고 키우면 매화나무, 열매를 보려고 키우면 매실나무라고 부른다. 결국 같은 나무였다. 나의 이름처럼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이른 봄 꽃은 바쁘다. 한 계절에 매실열매를 살찌우려면 지금부터 부산을 떨어야 하나보다.
그래서봄의 행동 대장은 매화꽃이다. 다른 꽃나무들은 꼼지락 거리며 슬그머니 발동을 거는데, 매화는 활짝 웃으며 봄을 데리고 왔다. 늘성미가 급한 듯 하지만 난 매화가 반갑기만 하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꽃이 묻는다. 작년에 피었던 꽃은 이제 없고, 지난밤 찬바람도 지나갔다고 한다. 뭘 무서워하는지 써보라고 했다.
누구도 널 해칠 수 없다고 그만두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단어 하나가 단어를 부르고 문장이 어어져 이야기가 되면 감정은 나를 이끌고 더 먼 곳으로 아득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처음 가본 곳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곳에 다다르면 비로소 나는 글 속에서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게 쉬고 잠을 자고 다시 태어 난다. 아무도 나를 함부로 못하는 곳으로 데리고 간 글은 더 단단하게 두손을붙들어 놓는다.
손이 가는 데로 춤을 추듯 문장들과 하나가 된다.
내면이 단단해져서 불안하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사랑하길 바란다. 늘 불안하고 초초하던 마음을 모른척하려고 애썼다. 아닌 척했지만 상처받은 날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빛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 빛을 내고 뻗어나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어둠에서숨어 있어 무서웠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빛이 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했다.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시끄럽고 분노에 찬 말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지만 곧 사라졌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소리는 날 향한 것이 아니라 벼락처럼 내리치는 것이었음을... 나와는 상관없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는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