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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Nov 09. 2019

두 번째 4학년

나는 누구인가



첫 번째 4학년, 24살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되었다. 친구들은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지원서를 쓰고 있었다. 나도 이곳저곳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잘 써지지 않았다.

'이게 진정 나에게 맞는 길일까'

계속해서 고민이 들었다.     


쓰던 손을 멈추고 24년 남짓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항상 내 미래를 고민해왔지만 이때만큼 진지하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시기는 없었던 듯하다.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니 학교 수업이 다르게 들렸다. 철학과 인문학 책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단지 해야 하니까 하는 공부가 아닌 진정으로 생각하는 수업을 들었다. 학교 밖에서는 강연장을 돌아다녔고, 어느 날은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일까.’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이 하루의 대부분이었던 시기.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어느 날, 지원 분야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나는 공대를 나왔지만 어릴적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당장 작가가 되진 못하더라도 글 쓰는 직업을 가지면 재밌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 잡지사에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기자로 지원을 했다. 신기했던 건, 기술직에 원서를 넣었을 때는 그렇게도 많이 탈락하던 서류가 지원 분야를 바꾸고 오히려 합격률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목표로 하던 곳이 두 곳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한 곳은 필기에서, 다른 한 곳은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내 인생의 첫 취업 시즌이었다. 결국 실패로 끝났어도 나름 얻은 것은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봐야 한다는 것.   


시간이 지나 여러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전공 분야로 한 회사에 입사했다. 결국 기자는 못되었지만 미련은 없었다. 열심히 도전해보았고 어느 부분에서 나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 부분이 명확히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도전이 없었다면,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계속 신문사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는 없었을지라도 어느 때보다 나를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했던 빛나는 시기였다.


          

32살, 다시 찾아온 4학년     


어쩌다 보니 다시 백수가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던 날, 바다가 보이는 한 호텔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그리고 무작정 노트북에 적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는 무엇을 잘하나.’     

또 시작이 되었다..


직장을 바로 다시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6년 정도 했으면, 뭔가 방향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은 식어버린 채 현실에 대한 자각과 책임감만 커져있을 뿐이었다.


또 다시 4학년이 되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떤 길이 맞을지는 가보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다. 선택한 길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차라리 해보고 실패하는 편이 낫다. 인생은 장기전이므로 그게 더 시간을 버는 것일 수 있다.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을 찾는 방법으로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는 일, 글을 쓰는 일, 그리고 걷는 일. 직장을 구하는 것과 이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를 먼저 아는 것. 그게 더 빠른 길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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