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은 고양이에게 맡겨요!
인생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아
숙소 근처에 뇨끼를 파는 식당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걸음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부터 지도에 별표를 띄워 두고 ‘여긴 꼭 가야지’ 하고 고대했던 곳이다.
치앙마이는 어느 도시에나 여행객들이 바글바글한 관광대국 태국에서도 일찍부터 ‘디지털노마드들의 성지’로 입소문이 난 덕분인지 ‘워케이션Workation-일을 하며 휴일을 보내는’을 선호하는 장기여행객들을 위한 인프라가 도시 고유의 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매우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태국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해외에 장기거주를 하다 보면 내 나라 음식이 생각나는 것이 인지상정, 이 작은 도시엔 외국인 여행객들도 손쉽게 장기거주할 수 있는 깨끗하고 편리한 콘도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취급하는 질 좋은 식료품점과 식당들이 옹골차게 포진하고 있다.
흔히 ‘어느 나라 음식이든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맛보려면 뉴욕으로 가라’고들 하지만,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북적이고 물가도 비싼 대도시들이 그러한 인프라를 갖추게 되는 것은 일견 당연한 반면, 치앙마이 같은 전원의 품에 안긴 한적한 도시에서 전 세계에서 온 셰프들이 요리한 양질의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건, 분명 특별한 매력이다.
치앙마이는 뉴욕 같은 대도시에 비해 유명식당의 예약경쟁이 덜 치열하고 가격도 보다 합리적이어서 미슐랭스타 레스토랑 투어를 하기 좋은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하이엔드레스토랑들에 취미가 없더라도, 여전히 선택지는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이탈리아음식의 경우, 그 압도적인 대중성 덕분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괜찮은 음식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치앙마이에도 당연히 구글지도에서 높은 별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안식당들이 많았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엔 ‘치앙마이 미식의 층위를 두루 즐겨 보자!’고 결심하곤 미슐랭 레스토랑도 한두 군데, 격식을 좀 차려야 하는 프렌치와 이탈리안식당들도 한두 군데씩 골라 두었건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나니 작은 골목들 틈새에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동네식당들을 쏘다니느라 두 달여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역시, 인생은 좀처럼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 법.
대신에, 도시에선 별 감흥 없이 지나치곤 했던 소박한 음식들에 흠뻑 빠져버렸다.
뇨끼에 끌리는 이유
한적한 골목길에 고즈넉이 웅크린 동네식당이 ‘뇨끼’와 제법 잘 어울려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덩어리’라는 뜻의 ‘뇨끼’는 감자를 익혀서 수분을 적당히 날리고 밀가루를 아주 살짝만 뿌려 덩어리지도록 반죽한 뒤 살짝 데치듯 삶아낸 음식으로, 상해 버린 씨감자를 완전히 삭혀 그 녹말로 덩어리를 빚어 끓여 먹었던 우리네 ‘옹심이’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뇨끼’도 ‘옹심이’도 만드는 데 제법 손이 많이 가는지라 요즘엔 외식 때나 한 번씩 먹을 수 있는 별미가 되었지만, 그 옛날엔 나라를 불문하고 모두 주식인 밀이나 쌀이 부족할 때 먹던 ‘가난한 음식들’이었다.
남미의 페루가 고향이라고 알려진 감자는 스페인 약탈자들에 의해 처음 유럽대륙에 소개되었는데, ‘성경에 이런 작물은 없는데, 울퉁불퉁한 모양새를 보니 악마가 키운 것이 틀림없다’는 이유로 귀족들은 감자를 먹는 대신 가축들에게 사료로 주거나 그 꽃만을 관상용으로 즐겼단다. -악마의 작물이라며 꽃은 왜 즐기는데! 싶지만, 못생겼다고 구박받는 감자가 꽃은 제법 예쁘게 피워 낸다- 때문에 감자는 과거 유럽에서는 달리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서민들만 먹는 작물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배고픈 시절에 옥수수, 고구마와 함께 ‘구황작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그 운명 참 기구하다고 해야 할지, 인간에겐 참 고마운 작물이라고 해야 할지, 나라를 불문하고 감자로 만든 음식들엔 ‘가난’과 ‘기근’이 배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역사 덕분일까. 배곯음을 이겨 내기 위해 먹었던 감자요리들엔 배곯음을 모르는 지금 세대들 또한 본능적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역사 동안 자연스레 축적되어 온 편안함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대공황 시기에 지난 식사에서 먹고 남은 감자를 으깨어 네모나게 빚거나, 깍둑썰기를 해서 황금빛이 도는 갈색이 될 때까지 튀긴 ‘해쉬브라운’이 아침식사메뉴로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치앙마이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세 시간 반 동안 쉼 없이 달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산골마을 빠이에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던 ‘서양식 식당’이 ‘해쉬전문점’이었던 건,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 동화 같은 산골마을 빠이의 해쉬전문점 이야기는 여기로-> https://brunch.co.kr/@summerstove/48
서로 레시피는 다를지라도, 그 음식을 먹으며 위로받았던 ‘영혼의 울림’은 국경을 넘어 같은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기에.
해쉬든, 뇨끼든, 옹심이든, 감자로 만든 오래된 음식들에 사람들은 절로 이끌리게 되는 것 아닐까.
빠이의 해쉬식당이 그랬듯, 오늘의 뇨끼식당 역시도 모처럼 차려입고 나서야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화려하고 값비싸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아닌, 그 아무때나 훌쩍 드나들 수 있는 소박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창가자리에 앉자마자 바지락뇨끼와 탄산수 한 병을 주문했다. 점심메뉴에 포함되어 있는 푸성귀샐러드가 제일 먼저 식탁 위에 놓였다. 신선한 야채에 고소한 올리브오일과 새콤한 발사믹식초만을 뿌린 정석적인 이탈리안 샐러드다. 잎사귀는 달큰하고 쌉싸름한 것들이 수수하게 뒤섞여 있고, 아삭아삭한 야채들과 수분이 톡 터지는 방울토마토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딱 알맞게 버무려 입맛을 돋울 만큼만 내어 준 샐러드를 보니, 곧 나올 뇨끼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뇨끼는 녹말을 주재료로 하여 쫄깃쫄깃한 우리의 감자옹심이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데, 밀가루를 겨우 반죽이 빚어질 정도로만 가볍게 넣는 것이 아마도 비법인 것 같다. 고급식당에서는 뇨끼에 리코타치즈를 듬뿍 넣어 보드라움의 극치를 보여 주기도 하는데, -리코타치즈를 넣은 뇨끼는 아무래도 반죽에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인지 만들기가 꽤 까다롭다고 한다- 다양한 레시피마다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햇살이 무성한 초록을 해먹 삼아 반짝이는 몸을 뉘인 정오의 골목식당에서 내 앞에 놓인 건, 화려한 변형 없이 오래된 레시피 그대로 정직하게 요리한 ‘수수한’ 뇨끼였다.
물론, ‘수수하다’고 해서 대충 만들었다거나 재료를 덜 사용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올망졸망 귀여운 골목식당표 뇨끼엔 꼭 필요한 재료들로 알차게 빚어낸 편안함과 정성을 들인 정갈함이 자그마한 덩어리마다 옹골차게 들어차 있었다. 바지락 특유의 감칠맛을 살린 짭조름한 양념이 은은하게 밴 겉면은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 반면, 속은 포실포실하게 쪄낸 감자 특유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어 식감도 아주 좋았다. 특히 양념이 너무 자극적이거나 심심하지 않게 딱 알맞은 중도를 지켜서 마지막까지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았는데, 약 두 달 반의 동네식당기행을 문득 돌아보니,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는 그 중도야말로 자연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살아가는 치앙마이의 삶인 것 같다.
당신이 먹는 음식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입맛’이란, 때로는 ‘한국인’과 같은 웬만해서는 변치 않는 정체성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너무도 쉽게 변하며, 당신이 지금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하기도 한다.
복잡한 대도시를 떠나오니, 미각은 금세 이리도 섬세해져, 이전엔 그저 ‘소박하다’ 혹은 ‘가난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로부터, 영혼을 울리는 세세한 아름다움들을 발견해 낸다.
찻잎의 생애
여행 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차전문점에 왔다. ‘호지차’를 마시러 왔는데, 이런, 두꺼운 메뉴판을 한 장 한 장 정독하다가 그만 차와 화과자를 함께 주는 다도세트에 꽂혀 버렸다.
이 집은 재배지역과 재배방식, 덖는 방법 등이 각각 다른 다양한 종류의 품질 좋은 차를 취급한다는 호평을 보고 점찍어 둔 곳인데, 실제로 방문해 보니 공간이 널찍하고 운치 있어 ‘주인장이 정말 다도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차란, 다른 어떤 음료보다 마시는 공간이 그 감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홀에는 입식과 좌식 탁자들이 고루 마련되어 있어 일행과 부담 없이 담소를 즐기거나 홀로 책 한 권 읽을 수 있는 분위기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마루 안쪽은 작은 개울과 대나무숲을 조성해 두어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 속에 차 한 잔의 여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예정했던 것보다 조금 긴 오후를 보내기로 하고, 마차세트를 먼저 주문했다.
부드러운 앙금을 가득 채운 화과자는 어떤 모양이든 맛은 대동소이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정성 들여 빚어낸 모양과 빛깔에 좀 더 마음을 기울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차는, 채움보다는 비움을 위한 것이기에. 컵과 포크를 들기 전에, 내 앞에 놓인 오늘의 빛깔들부터 구석구석 충분히 음미해 보았다.
엽차로 마시는 녹차는 찻잎을 자연상태 그대로 햇볕 속에 두었다가 따서 덖어내지만, 말차는 잎을 따기 전 몇 주 동안 차광막을 설치해서 엽록소가 더 많이 생성되도록 유도한 뒤에 덖어낸 잎에서 단단한 줄기와 잎맥을 제거하고 곱게 빻아서 가루를 낸다. 때문에 말차는 찻잎을 우려내는 녹차보다 색이 보다 선명하고, 맛 또한 감칠맛이 풍부하고 그윽하다.
말차는 분말형태이기 때문에, 찻잎 중 상품가치가 높은 것은 엽차로 우선 소비하고 남은 것들을 빻아 만들어서 값은 저렴한 대신 대체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기는 하지만, 녹차보다 떫은맛이 적고, 무엇보다 가루를 솔로 젓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드러운 거품들이 매력적이다.
약 한 시간 동안 유유자적 나 홀로 다도의식을 마친 뒤, 호지차를 한 잔 더 주문했다.
호지차는 녹차를 불에 볶아서 불그스름한 갈색빛깔이 도는데, 쓴맛과 떫은맛이 거의 없고 곡물차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뜨거운 불로 누그러뜨린 덕분인지 카페인 함량도 낮고, 풋풋한 풀향기가 매력인 녹차와는 정반대로 따뜻한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듯한 온기 어린 부드러움이 특징인데 –해서 우유와의 궁합도 아주 좋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아 마실 곳을 찾기 쉽지 않았었다. -찻집을 방문했던 때가 2023년 2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2년 하고도 6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은 한국에서도 호지차를 취급하는 카페나 베이커리들이 부쩍 늘어났다-
함께 주는 테이스팅노트가 아주 유용했다.
태운 캐러멜 풍미에 감미로운 향.
언어의 힘, 개중에서도 글자가 주는 암시는 대단해서, 집중해서 바라보며 차를 음미해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된 단어들이 마법처럼 차가 본래 가지고 있던 향기와 풍미를 더욱 증폭해서 끌어내 준다.
또렷한 녹색빛깔이 품은 풍부한 맛이 마치 한창때의 청년과도 같았던 말차 한 잔에 뒤이어, 뜨거운 불꽃 속을 뒹굴며 한층 성숙해진 갈색빛깔의 호지차 한 잔 마시고 있노라니, 태운 캐러멜의 은은한 풍미가 마치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가라앉아 가는 저녁해의 불그스름한 온기를 닮은 듯도 하다.
배를 채우기 위함도 아닌 차를, 햇빛을 가리어 가며 정성 들여 키우고, 덖어내고, 곱게 가루 내어 예를 지켜 잔에 담고, 시간을 들여 그 모든 감각을 집중해 마시는 이유는, 어쩌면 찻잎의 짧은 일생 속에 우리네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생선은 고양이에게 맡겨요
노을이 물들인 거리를 부지런히 걸어 ‘여행 전부터 찜해 두었던’ 오늘의 마지막 식당으로 향했다.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요리를 취급하는 해산물전문식당인데, 특히 맑은 국물의 ‘Rice Soup’에 호평이 많아 꼭 한번 먹어 봐야지 벼르고 있었다.
북적이는 식당 입구엔, 고양이 한 마리가 떡하니 상석에 앉아 검문 중이다. 고양이들은 적의 위협 없이 심신이 완전히 안정된 상태에서만 네 다리를 모두 보이지 않게 몸 안 쪽으로 접어 넣고 식빵을 굽는다는데, 이 녀석, 납죽 엎드린 자세가 ‘평화 그 자체’다.
Seafood Rice Soup 한 그릇과 매콤한 태국식 오징어볶음을 주문했다. 태국에는 ‘쪽’이라고 하는, 발음부터 우리나라의 ‘죽’과 매우 유사한 음식이 있는데, ‘Rice Soup’은 밥알이 퍼지도록 뭉근하게 끓이는 ‘쪽’과는 달리 맑은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낸 ‘국밥’에 더 가까운 음식이다.
이 식당은 해산물을 맑게 우린 국물에 흰쌀밥을 말아서 새우, 오징어, 굴, 생선살, 생선머리, 생선껍질 등 다양한 고명을 올려주는데, 난 모든 종류의 고명이 조금씩 다 들어가는 ‘해산물모둠’을 택했다.
한국식 맑은 해산물 국물요리는 대체로 ‘시원한’ 맛이라면, 태국식 맑은 해산물 국물요리는 그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맛인 것 같다. -온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식 해산물 국물요리가 마늘과 파를 이용해 잡내를 잡고 개운한 맛을 살린다면, 태국식 해산물 국물요리는 기름이 많은 생선과 생선껍질 등을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고 마지막에 고수를 얹어 잡내를 잡는 듯하다. 한국식 국물요리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맛이었지만, 일단 해산물이 신선했고, 국물에 말아도 또록또록 살아있는 태국식 쌀의 식감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가능한 모든 음식에 고수를 왕창 넣어 먹는 내 취향엔, 파릇파릇한 고수를 버드나무 잎사귀처럼 동동 띄워 주는 맑은 태국식 국밥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오징어볶음은 오징어가 아주 야들야들하고 양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는데, 혼자서도 부담 없이 국밥에 곁들일 수 있는 양이어서 그것도 참 좋았다.
내 마음속 단골식당목록에 한 줄을 더 추가하며 식당을 나서는데, 해삼을 닮은 고양이녀석, 아까와 똑같은 자리에서 굳건하게 식빵을 굽고 있다. 다만 이번엔 아까와 달리 흰 장갑을 낀 두 발을 앞에 다소곳이 모으고 있는데, 아마도 아까는 든든하게 등 뒤를 지켜 주던 주인장이 지금은 주문을 받느라 바빠 곁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해산물식당 앞을 얌전히 지키는 고양이라니!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아니, 고양이가 집사의 장사 밑천인 생선을 지키는 중인 걸까!?
치앙마이사람들은 일터에 반려하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일이 끝나면 다시 함께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네사람들 모두가 익숙한 듯 자연스레 고양이가 있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태국과 이웃 동남아 국가들을 두루 여행해 보니, 일 년 내내 여름만 계속되는 더운 나라들은 아무리 청결하게 관리를 해도 노점이나 식당가에 쥐가 없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는 쥐를 사냥할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만으로도 쥐를 쫓아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치앙마이에선 고양이들이 떡하니 식당이나 노점 앞을 지키고 있으면 그게 오히려 ‘우리 가게는 위생적입니다’라는 뜻이 아닐까.
해 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멈추어 선 썽태우는 다시 길을 나설 내일을 기다리고, 덩치 큰 개들은 날이 밝으면 다시 반갑게 모습을 드러낼 주인을 기다린다.
깊어가는 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존재들로 인하여 다시금 찾아올 내일이 눈앞에 선명해진다.
차갑게 꺼진 태양이 다시금 빛을 얻는 것은, 비추어야 할 존재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어제와 같이 생동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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