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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Apr 30. 2024

마을버스

오늘의 발견_354일전

제목: 30번 마을버스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 앞에서 타면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내려주는 버스가 있다.

8시 15분에 정확히 도착하고 8시 40분에 데려다주면 여유 있게 걸어가면 된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차량 같다. 백마 탄 기사는 아니지만 환상적이라 생각한다.    

 

마을버스는 지하철과 일반버스와 다르다.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체감하게 해준다고 할까.

몇 분의 기사님이 돌아가며 운전하기에 타다 보면 낯이 익어 아는 사람 같다. 

정류장마다 타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 간혹 타지 않으면 어디 아픈가? 무슨 일 있나? 

걱정하는 나를 보며 웃을 때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매일 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같은 시간과 공간의 힘은 이렇게 크다.     


30번 버스는 마을버스지만 스쿨버스에 가깝다. 거의 모든 정류장이 초, 중, 고등학교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타기 때문이다.  

   

내일 이사 간다. 

같은 시 안에서 이사지만 위치가 정 반대라서 오늘이 30번 마을버스를 타는 마지막 날이다. 

가끔 올 일이 있겠지만 평일 아침 8시에 30번 마을 버스 탈 일은 거의 없을 거 같다.

이사를 가게 되면서 30번 마을버스와는 이렇게 글이라도 정리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떠난다는 것은 공간을 달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한 공간에 머물기보다 이동하면서 보낸다.

처음 또는 어쩌다 한번 가는 곳을 떠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떠난다는 말 안에는 같은 시간과 공간의 무수한 반복이 내재되어 있다.


그동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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