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야근으로 피곤이 몰려왔지만
왜인지 모르게 뛰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캄캄한 밤길을 달리고 집에 오는 길,
똑같이 두 발을 디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낮과 밤의 러닝은 참 다른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낮의 달리기가
한가로운 주말의 여유라면
그간 숱하게 어둠 속을 홀로 달렸던 건
일상의 고됨을 털어내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래서 '달린다' 보단
'뜀박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낮의 달리기와 밤의 뜀박질
낮의 달리기가
계절의 소리를 듣는 일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발자국과 숨소리로만 공간을 채우는 경험이다
낮의 달리기가
익숙한 풍경의 관찰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익숙한 공간의 사람 없는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다
낮의 달리기가
러너들과 눈을 마주치며 느끼는 동질감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아스팔트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대화였다
오늘도 나의 달리는 일상은
낮의 달리기와 밤의 뜀박질,
이 커다란 두 개의 조각이
서로 다른 가려움을 긁어주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끄적이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다
오늘은 밤의 뜀박질을 하러 나갈 참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