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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ㅁㅅ May 18. 2017

왜 달리냐고 물으신다면

러닝을 왜 좋아해요?

ㅅㅁㅅ 왜 맨날 뛰어요?

(+살 빼려고 달려요?) 


외국인을 향한 '두 유 노우 김치?' 만큼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그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몇 가지 이유들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니는데

결국에는 아무말 대잔치로 끝나 버린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달리는 이유들이 생각날 때마다

문장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왜 달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달리지 않는다


나를 거쳐간 대부분의 (몸으로 하는) 취미는

상대를 제압하여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내 성격상 그런 것들이 참 맞지 않았다

승리의 달콤함은 너무 짧아 허무했고

패배의 좌절감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날 힘들게 했다.



러닝은 경쟁의 방향이 밖이 아닌 안으로 향한다


나를 패배감에 젖게하는 경쟁자 대신

모든 결과의 원인이 되는 '나'만 존재할 뿐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혹은 더 빠르게 달렸다면

대부분 나의 지난 노력이 가져다준 결과이다


반대로 평소보다 못 달렸다면 

보통 나의 잘못 또는 게으름이 빚어낸 일이다.

(살이 쪘거나 몸무게가 늘었거나 뚱뚱해져서다)


내가 정말 이만큼이나 달렸단 말이야?! 


상대방보다 우월하여 얻은 승리보다

나 스스로 만들어낸 이런 성취가

개인적으로는 훨씬 값지게 다가온다


나가기 싫은 귀차니즘부터

너무 덥거나 추워서 가만히 있어도 짜증 나는 날씨,

그만 달리고 싶은 유혹 등을 모두 이겨내고 

아주 약간의 발전을 몸으로 체험하는 날이면,

정말 거대한 성취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온다


특히 감성적으로 예민해서

쉽게 마음이 무너지는 나 같은 사람에겐

러닝으로 얻는 그 성취감이 무너진 내면을 일으켜 세워주곤 한다



헤밍웨이가 말하지 않았는가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만하고픈 온갖 유혹과 핑계들을 뒤로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는 그 고귀함을 느낀다


어제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달리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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