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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ㅁㅅ May 07. 2017

낮의 달리기와 밤의 뜀박질

계속되는 야근으로 피곤이 몰려왔지만

왜인지 모르게 뛰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캄캄한 밤길을 달리고 집에 오는 길,

똑같이 두 발을 디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낮과 밤의 러닝은 참 다른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낮의 달리기가 

한가로운 주말의 여유라면

그간 숱하게 어둠 속을 홀로 달렸던 건 

일상의 고됨을 털어내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래서 '달린다' 보단 

'뜀박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낮의 달리기와 밤의 뜀박질


낮의 달리기가 

계절의 소리를 듣는 일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발자국과 숨소리로만 공간을 채우는 경험이다


계절의 햇살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낮의 달리기


낮의 달리기가 

익숙한 풍경의 관찰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익숙한 공간의 사람 없는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다


숨소리만으로 밤의 공기를 채우는건 참 묘한 경험이다


낮의 달리기가 

러너들과 눈을 마주치며 느끼는 동질감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아스팔트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대화였다




오늘도 나의 달리는 일상은

낮의 달리기와 밤의 뜀박질, 


이 커다란 두 개의 조각이

서로 다른 가려움을 긁어주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끄적이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다

오늘은 밤의 뜀박질을 하러 나갈 참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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