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은 숍을 대 혼란상태로 빠트렸다. 누군가는 사모님의 역할을 해만 했기 때문이다. 사모님은 사장님의 부인이었지만, 하파서프의 실무적인 관리를 모두 맡아서 하는 진짜 사장이셨다. 서핑숍뿐만 아니라 식당과 카페도 함께하던 곳이라 음식부터, 음료 제조, 직원들 월급과 식사, 스텝관리와 위생까지 모두 진두지위하셨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입원을 하시게 되신 것이다.
그 공석은 맏형이자 사모님의 일을 곧잘 덜 어하던 나에게 떨어졌다. 처음엔 책임감이나 사명감 따위는 없었다. 그냥 이 공간이 무너지지 사라지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우리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 총대를 매고 숍을 이끌어 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너무나도 버거웠다. 서핑은 고사하고 내가 원하는 사소한 여유조차 찾을 수없을 정도로 일이 많았으며, 무엇보다 내가 믿고 의지하던 사람에게 조차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려나가기 위해 그 사람들에게 인상을 쓰고, 잘못을 지적하고 있었더라.
"복잡하다." 그 동사가 내 마음을 휘졌고 다녔지만 기진맥진한 몸을 침대로 던진 나의 하루는 풀어 나갈 여력이 없었다. 그 동사를.
워낙 힘 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어가 동사인지라 복잡할수록 더 버겁게 나의 손을 벗어나갈 뿐. 나는 하염없이 적의 문전으로 날아가는 럭비공을 바라보듯 나의 일상을 저 멀리 던져두고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결단을 내렸다. 나누자.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은 원래부터 없었다. 나는 단지 일중독이던 옛날의 나를 끌어와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에 휩싸여 있었을 뿐이었다. 공간과 사람이 와해된다고 해서 에초부터 나를 질타할 사람은 없었다. 나는 단지 앞서 내가 썼던 산문들을 무시 한 체 이기적이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을 뿐이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려고 하는 그런 고집이 또다시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다.
때마침 일도 곧잘 따라 하고, 성격도 밝은 지은이가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그런 지은이 와 주방일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점점 흑화 되고 있던 나보다 훨씬 더 공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지은이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받는 월급의 반을 때어 주더라도 이 숍을 위해선 그 밝은 영향력이 더 필요했다.
그때부터였다. 나의 강릉 생활도 끝나고 있음을 알아 차린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