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53번
올해 4월부터 5월은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대표가 2년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서 만들어온 사업이 공고가 나왔고
그것에 입찰을 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회사의 많은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래서 약 2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들 최선을 다한 결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일을 다 해놓고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였던 한 직원분의 이야기를 잠시 하려고 합니다.
그분은 입사를 하신 지 당시 기준으로 3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고 관리하는 PM으로 입사를 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분과 같이 파견을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놀라운 사실을 몇 가지 알았습니다.
먼저 본인은 에듀테크 쪽 PM 경험은 많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광고나 군 또는 게임 IT 관련 PM 경험을 조금 가지고 있었습니다.
PM이라는 직무는 계속하였지만 어떻게 보면 산업군으로 보았을 때 IT는 처음이셨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듀테크 분야는 매우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였습니다.
본인을 뽑은 부장님보다는 그 옆에 있는 다른 팀 부장님과는 관계가 매우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팀의 부장님과 일할 때 얻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고 했고
대신 다른 팀 부장님과 할 때에는 매우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가정사였습니다.
아버지는 암으로 오랜 기간 동안 투병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내도 최근에 허리를 크게 다쳐서 입원 중이고
자녀도 역시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자주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리고 가정에서도 너무 어려운 상황이 동시에 생겼는데,
자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그분의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생각하는 일의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개인 사정 때문에 휴가를 쓰거나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제가 대신 업무를 지원해줘야 하기에 미안함이 누구보다도 많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예전에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익산에 있는 육군부사관학교에서 교관으로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몸이 매우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많은 검사도 받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썼던 글이 있어서 남겨 놓습니다.
https://brunch.co.kr/@kakarman/43
어찌 되었든 그 당시에는 섬유근육통이란 특이한 질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누워 있어야 업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예 하루를 휴가를 내서 쉰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내기 위해 담당 부서장님에게 연락을 하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너 없어도 다 돌아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이 말이었습니다.
'책임감이 투철하거나 있다'는 말은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엄청 고지식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유연함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변화가 필요한데 그 부분이 저에게는 지금도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 직원분에게 진심으로 충고를 해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바로 다음 주에 퇴사를 하셨고
아버님 수술을 받기 위해 지방으로 급하게 내려간다고 들었습니다.
책임감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을 위하면 위와 같이 정의합니다.
때로는 이 책임감을 한발 뒤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용기도 가져고 있어야
진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