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빈자리
수북이 피지 않았어도
코스모스 핀 자리
추억이 가득 피었네
보내지 못한 편지에
아무 말도 적지 못한 하얀 종이에
코스모스 한 송이 놓아본다
할 말을 많으나
지금은 코스모스 피었기에
두 눈을 감을 수밖에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꽃 한 송이 보내.
9월의 어느 날
너는 하얀 종이 위에 부착된
코스모스 한송이를 받았다
발신자의 주소, 이름
그 어떤 정보도 없는,
편지봉투에 담긴 코스모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니.
이름도 없고
주소도 없고
그 어떤 말도 적혀 있지 않지만
그 안에 사랑 한 가득 담아 놨으니까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
이란다.
사실 너에게 보낸 코스모스는
꽃말과 전혀 상관이 없어.
다만 그 9월의 어느 날
코스모스를 보고
우리의 가슴 따뜻한
추억이 떠올랐을 뿐이야.
이 벅찬 마음을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어서
꽃 한 송이 너에게
보낸 거다.
그냥
그날은 좀 선선했고
바람이 미약하게 볼을 스쳤고
코스모스가 아련히 흔들렸어
그래서 나는 네가 보고 싶었고.
너무 보고 싶었어.
아직도 가끔은 너에게
꽃 한 송이 보내고 싶어.
다만
너에게 꽃이 가는 동안
시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지금의 우리 마음과는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