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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ul 11. 2021

이륜이든 사륜이든, 나를 태워줘서 고마워

자동차 옆자리에서, 스쿠터 뒷자리에서

*자동차 옆자리


이케아를 가고 싶었다. 아직 한 번도 이케아를 가본 적이 없다. 독립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는 내게 이케아에 갈 건데 갈 거면 같이 가자고 했다. 만약에 대중교통으로 이케아를 간다고 하더라도, 가구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독립하고 나서 사려고 한 가구들이 꽤나 부피와 무게가 큰 책상, 식탁 등이기 때문에 차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친구 덕분에 편하게 이케아에 다녀왔다. 밥 한 끼 사주는 것으로는 이 감사함을 다 표현하기 힘들겠다 싶을 만큼, 큰 고마움을 느꼈다. 차 뒷좌석이 가구로 꽉 찼고, 주로 내가 산 것들이었다. 친구는 집 앞까지 태워다 줬다. 


만약에 친구가 안 태워줬다면 애초에 이케아도 못 갔을 거고, 지금도 이 글을 이케아에서 산 책상 위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보는 전신 거울도, 잡다한 것을 정리해둔 수납장도 모두. 


차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있으면 참 편하겠다는 걸 느낀다. 경제적 여유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여유까지 함께 있는 시기에 차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쿠터 뒷자리


지금은 멀어졌지만, 한 때는 가까웠던 동네 친구가 있다. 먼 동네로 떠났다는 게 마지막 소식이었으니 이젠 동네 친구도 아니다. 아무튼 그 친구와 같은 동네에 살던 시기, 스쿠터를 사서 나를 태워준 적이 몇 번 있다. 안전에 대한 강박이 심한 편이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웃게 되었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속도감을 피부에 닿게 느껴본 게 처음이었으니까. 오토바이를 탐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타보고 나서야 처음 느꼈다.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자이로드롭인데 비슷한 마음이다. 자이로드롭은 막상 타면 괜히 탔다고 후회하지만, 끝나고 나면 한번 더 타고 싶어 진다. 스쿠터를 타는 동안에는 재밌지만, 내리고 나면 위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쯤 그 친구는 무엇을 하고 살까. 그 친구를 떠올리면 위태롭게 쓰러질 듯 달려가는 스쿠터가 떠오른다. 내 상상과 달리 단단하게 전진 중이기를 바랄 뿐.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친구가 스쿠터를 타고 동네까지 찾아와 줬다. 함께 이동을 하는데 거리도 짧으니 스쿠터를 타고 가자고 했다. 헬멧을 쓰고 친구의 스쿠터 뒤에 탔다. 거의 10년 만에 타본다. 오랜만에 타지만, 처음 탔을 때나 지금이나 온몸으로 맞는 속도감에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건 오랜만이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웃은 것도, 태워준 것도 고맙다고. 한때 가까웠다가 멀어진 친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스쿠터를 타고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내게 스쿠터가 위태롭게 보이는 건 사고 사례 때문이 아니라, 옛 친구와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옆이든 뒤든, 나를 태워주고 앞으로 나아가 준 이들에게. 덕분에 나는 아주 편하게 움직였으니까. 내게는 차도 스쿠터도 없지만, 내가 그들의 전진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버 이미지 : Charles Demuth 'In Vaudeville, The Bicycle R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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