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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작은 땅의 야수들

by 무념무 Feb 12. 2025

작은땅의 야수들



글쓴이 : 김주혜

옮긴이 : 박소현

펴낸이 : 다산북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이 소설의 작가가 나온 영상을 접하게 되어 호기심에 구입하여 본 책. 셀렉트에 올라온 책들만 접하다가 모처럼 정가로 구입하여 읽은 책이다. 톨스토이 문학상에,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였다하니, 왠지 애국심이 좀 발동했던 모양이다.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전에 일전에 어떤 상으로 유명세를 탔을 때도 애국심이란 것이 충동적으로 발동하여 ‘채식주의자’란 책을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어보았지만, 그때는 책에 집중할 수 없는 때였는지, 너무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어 끝내 완독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다. 본디 요즘 나의 정신세계는 추리물 스릴러물따위의 도파민을 분비시켜주는 활자외에는 좀처럼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유연성이 부족하기에.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라고 해서 구미가 당길일은 없는 터였다. 그러니 상당부분 애국심과 어떤 사명감(?)으로 돈을 내고 구입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막상 읽어보니 상당히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는 재미진 소설이었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에 쩔어있던 터에, 이 소설을 초반부를 접했을 때는 누가 선의 영역이고 누가 악의 영역인가 탐지하려고 하였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그런 시도는 무의미함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의 인물 하나하나는 그냥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에 살아간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시대가 그들을 희극으로 또는 비극으로 만들었을 뿐, 그들 모두가 결국 ‘작은 땅의 야수들’인 것이다. 그들의 삶이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모습을 이 소설은 담담한 모습으로 과장하지도 않고 축소하지도 않으려 할 뿐이다.



이 소설을 읽어나간 때는 마침 이 작은 땅에서 계엄과 대통령탄핵, 극우의 난립등의 일련의 사건으로 몸살을 앓던 때다. 소설속의 정호의 부분을 읽어나갈때 나는 이 땅은 분단이 존재하는 이상 비극은 영원히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나라의 국기(심지어 이스라엘국기까지!)를 들고 집회를 하는 극우라니, 이것은 무엇인가 한참 뒤틀리고 왜곡되어있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잘 드러내는 모습이리라. 그럼에도 이 작은 나라가 경제나 문화에서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이 작은땅에 야수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그 어떤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해서 포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정치적 취향이나 이념적 선동에 매몰되어 뉴스와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는 이들은 이 땅의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일 뿐이다. 이 땅의 진짜배기 야수들은, 묵묵히 이 땅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 어떤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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