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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솟는 샘물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by 수우미양가


천둥벌거숭이 같은 며느리

엄동설한에도 맨발로 다닌다고

시아버지

걱정근심 반반 섞어 한마디 하셨다


"까치가 맨발로 다닌다고 오뉴월인 줄 아냐"


버스 타고 전철 타고 또 버스 타고,

외출에서 돌아오신 시아버지가

건네주신 까만 봉다리 하나


받아 들고 열어보니

자주 빛 고운 털신 한 켤레

말갛게 웃고 있었다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막내인 우리 부부가 시아버지를 모시겠다고 시골로 들어왔다. 아직 공부를 마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은 교통 문제 때문에 도시 언저리에다 끌어다 놓고 나는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아버님 밥상을 차려드리고는

또 아이들 먹을거리를 주섬주섬 챙겨

차에 싣고 오고 가기를 몇 년,


나이만 먹었지 천방지축 자유로운 영혼인

철없는 막내며느리를, 처음엔 못마땅하게,

얼마 후에는 신기하게, 그리고 또 얼마가 지나자

나는 시아버님의 자랑거리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동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도시에 사시는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오시더니

아버님은 나에게 까만 봉다리 하나를 건네주셨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거라"라는

염려의 마음을 함께 담아서…

지난 일기장을 뒤적거리다가

벌써 옛날이 된 이야기 하나를 발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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