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설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우리가 부르는 까치설 동요의 어원은 '작은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찬설, 아치설'이라 불리던 말들이 세월이 흐르며 '까치 설'로 변했다고 한다..이 설說대로라면 까치설은 동물 까치와는 큰 관계가 없게 된다. 아찬설을 주장한 이는 무속·민속 연구 권위자였던 고(故) 서정범, 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셨다. 큰 설은 '한설, 한 첫날'로, 작은 설은 '아찬설, 아치설'로 불렸는데 '아치'라는 말이 '까치'로 바뀌면서 정착됐다는 게 서교수님의 설명이었다
- https://blog.naver.com/yc8877 - 참조
까치설날에는 때때옷 입을 설렘과 도회지 나갔던 언니 오빠들 만날 기다림에 마음이 하루종일 구름 위를 둥둥 떠다녔다. 저녁녘에나 당도할 걸 뻔히 알면서도 일찍부터 큰길에 나가 '이번 버스에는 언니 오빠가 타고 오려나' 목 길게 빼고서 버스가 들어오는 길목을 쳐다보곤 했다.
설날이 다가오면 엄마는 리어카에다 밤새 불려놓았던 쌀을 싣고 떡방앗간으로 가셨다. 방앗간 앞에는 먼저 도착한 쌀 다라들이 하얀 보자기에 덮인 채 길게 놓여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날엔 하루종일 방앗간 지붕 위로 연기 같은 하얀 김이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까치설날에는 가래떡도 뽑아오고, 약과와 산자도 만들고, 맷돌에 콩을 갈아서 두부도 만들었다. 또 김치를 곱게 다져서 만두속을 한 다라이 만들어 밤새 온 식구가 빙 둘러앉아서 만두를 빚었다. 먼저 빚은 만두는 쟁반에 담아 문 밖에 내놓으면 겨울 찬바람에 금세 꽁꽁 얼어붙어서 만두국을 끓여도 깨지지가 않았다.
엄마는 명절 전에 장에 나가서 우리들의 설빔을 미리 사다 주셨는데, 설빔옷은 주로 빨간 민나이롱 잠바와 골이땡바지(코르덴), 그리고 오래오래 신으라고 질긴 낙하산 줄로 만들었다는 일명, 낙하산 양말을 사 오셨다. 낙하산 양말은 질기기는 했지만 불똥이 튀면 빵꾸가 잘 났고 너무 얇아서 발이 무척 시렸다.
까치설날 밤에는 언니 오빠도 곁에 있고 먹을 것들도 넘쳐났고 설빔을 빨리 입고 싶은 마음에 너무 행복해서 잠자는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이제는 명절이 되어도 아무런 설렘도 감흥도 일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올 명절에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다. 흰 눈 펑펑 쏟아져내리는 바깥 풍경에 취해 가난했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어릴 적 기억들을 날것으로 기록해 본다.
모든 님들, 행복한 설명절 되시고요, 눈길에 안전 운전들 하십시요.
저랑 같은 설 풍경을 보내셨군요. 그 시절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명절로 인해 갈등의 씨앗이 생기는 요즘이라
맞습니다. 예전엔 1년에 몇 번 가족들이 모이는 행사여서 음식 만드느라 힘들어도 그것을 즐거움으로 해냈었는데,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가족 개념이 좁혀져서 다들 명절을 힘든 날로 인식이 되어가고 있네요. 다녀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건강한 명절 보내셔요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