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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Dec 14. 2024

산방 일기


내가 잃어버린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수미


 

요즘 들어 부쩍 정전이 자주 발생하는 나의 머릿속은 암전 뒤 환해지는 무대처럼 구간마다 내가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떤 말의 실마리를 풀어가다가도 중간에서 깜빡, 나를 잃어버린다.


그때 나는 샛길로 빠져서 어딜 갔던 것일까

나는 어쩌다가 나를 자주 잃어버리는 것일까

 

 언제부턴가 의식의 변방으로부터 누군가 나를

차츰차츰 데려간다는 소문이 떠돈 후부터

정수리 주위로 억새꽃이 진을 쳤다

 

묘연한 암전 속,

달력 가득 적혀있는 빵부스러기 같은 이정표,

 그 표식을 더듬어가다 보면

아차, 잊고 있던 일들이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그때는 누군가 내 기억을 훔쳐가다가

나에게 들키는 순간일까

 

조금씩 비어져가는 기억의 곳간에는

슬픔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지 오래다

 

내가 잃어버린 나는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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