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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Dec 21. 2024

산방 일기


*링방대룽/ 이수미

 

 

한 발을 빼면 또 다른 발이 안으로 휘어진다.

시작점으로부터 출발해

다시 시작점에 도착하는 걸음


험난한 능선을 오르는 듯

가파른 벼랑을 내려서는 듯

아슬아슬 휘청거리며 내딛는 폐곡선閉曲線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첫걸음을 띄는 날,

빙글빙글 돌아가며 기울어진 술잔을 따라가다가

모든 직선의 의식들도 구부러지고 휘어져버렸다.

 

걸어도 걸어도 늘 제자리인 환環을 일생인양

돌고 돌아 다시 도착한 어리둥절한 저곳은

첫울음을 울었던 곳일까

회오리 모양으로 바닥에 그려진

자화상을 내려다보고는 갸우뚱,

다시 바로잡아 걸어보는 갈지 之


출발지와 도착지가 한 중력의 집합 점인

자신의 집 마당에서

눈 위에 찍힌 발자국에 갇혀 배회하는

안위와 근심들


어느 곳에나 아침이 있었고

어느 저녁에나 밤이 오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돌고 돌아온 거리가

뭉툭한 매듭하나 묶으려고 애쓰던 그곳이라니

 

 바닥난 체력을 뉘이고 울음배웅을 받고야 말

반환점,

 

 

 

 

 

*Ringwanderung ;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일. 환상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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