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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Dec 28. 2024

산방 일기


밤하늘 별들이 벚꽃처럼 피는 밤/이수미

 

 

손으로 재보면 고작 한 뼘도 안 될 것 같은

별과 별사이

저 수천만 개 별들을 뒤지다 보면

그중 어느 한 별에

강물이 두 줄기로 흐르다 합을 이루는

합수머리 같은 마을 하나 나오지 않을까?


꽃잎들이 빗금을 그으며 내려앉듯

최초의 중력을 얻은 별들이

캄캄한 계절을 날아다니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까지 광속으로 옮겨 다니며

거리마다 꽃을 피우는 마을,


그 강 언덕배기 어디쯤 있을

빈집 하나 찾아내

와이셔츠 단추 풀 듯 대문 열고 들어가

송진 냄새 그윽한 툇마루에서 누워

푹 , 한잠 잤으면 좋겠다


따스한 햇살의 늑골에 얼굴을 묻고

며칠 밤 낮 식음도 잊은 채,

너무 멀리 떠나와 돌아갈 생각조차 아예 포기한 채,


그렇게 잠든 나를

말없이 꿈뻑꿈뻑 내려다보고 있을

순한 물짐승 같은  사내와

이 땅에서의 인연일랑 다 잊어버리고

한생 전 그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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