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A - 어썸 스크린, 어썸 카메라, 어썸 배터리
갤럭시 S시리즈의 GOS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갤럭시 A 시리즈의 새로운 휴대폰 발표를 진행했다. A는 갤럭시의 보급형 라인업이다. 그냥 저렴한 갤럭시로 홍보하는 대신 삼성은 여기다가 ‘Awesome’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마케팅을 해왔다.
‘쩌는’이라는 속어로 번역하는 게 더 맞을듯한 어썸은 어썸 스크린, 어썸 카메라, 어썸 배터리라는 말을 대놓고 기계처럼 세뇌시킨다. 이걸 어디서 들어봤더라....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를 새로 낼 때마다 강조하는 점이 있다. 더 좋은 스크린,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배터리 시간. 그리고 어썸(Aweseom)은 현실왜곡장이 두껍게 둘러진 애플파크에서 매번 주문처럼 읊어대는 애플 신제품 발표의 찬양을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애플 이벤트도 혁신은 없다. 뭐 다 어썸이래’
갤럭시 A의 이 어썸 전략은 그래서 이번엔 아예, 틱톡(TikTok)같은 쇼츠(Shorts) 포맷을 표방한다. 번쩍거리는 컬러감, 잠시도 쉬지않는 애니메이션, 메타버스, 다양한 CG효과, 짤(Meme) 등 최근 핫한 트렌드 형식을 다 가져다 만들었다. 그리고 아예 영상 초반에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발표자가 ‘이게 아니지’ 하면서 화면을 세로로 돌리면서 시작한다.
갤럭시 S의 이벤트는 수개월 전부터 초청장을 뿌리고, 루머가 유출된다. 거대한 규모의 객석을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오버 더 호라이즌과 함께 삼성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화면 속의 ‘나’는 밤을 새우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갤럭시 에코시스템 안에서 최첨단 비즈니스를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S펜으로 기록하고, 하이킹과 바이킹 같은 것을 역동적으로 즐기며 땀을 흘리며 더 나는 나를 만들어나간다.
갤럭시 A의 어썸 이벤트는 정말 브레이크가 없는 트럭처럼 돌진한다. 어썸 스크린, 어썸 카메라, 어썸 배터리의 부두교 주문을 배경으로, 알파카의 얼굴을 씌운 셀카를 찍고 친구들과 짤을 만든다. 방수, 방진, 강화유리 이런 건 그냥 어떻게 사람들이 폰을 막 쓰는지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지나간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는지 생각해보면, 거의 대부분 인스타에 사진 올리고, 틱톡 보고, 게임하고 이런 것이 떠오를 것이다.
최신 스마트폰의 기술 이름과 프로세서 이름 같은 게 얼마나 중요할까. 결국, 어썸 스크린, 어썸 카메라, 어썸 배터리가 중요한 게 아닐까?
갤럭시A 이벤트는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S시즈의 판매량 저조나 GOS사건 같은 건 아예 신경 쓰지도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마케팅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삼성이 비밀리에 갤럭시S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최초로 개발하던 당시에 기습적으로 출시한 모델이 갤럭시A였다. S5의 충격적인 플라스틱 디자인을 잠재우고 아이폰과의 본격적인 대항에 나서기 전에, 메탈프레임 갤럭시로 새롭게 선보인 모델이 갤럭시 Alpha였다. Alpha는 급히 만든 만큼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결국 S6시리즈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고급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모델이었다.
갤럭시 A시리즈가 단순한 보급형 갤럭시라고 보기에는, A를 어썸(Awesome)이라고 부를만한 자신감 같은 것이 녹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