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 두달차의 기록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레슨 두달차에 접어든 요즘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기록 하나,
골프를 하면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을 억지로 잠에서 깨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엔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픈데, 언제나 그렇듯 몸은 이내 그 고통에 적응해 이제는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아무렇지 않다. 아빠가 '연습해도 몸 아픈 데 없어?'라고 물어봐도, 이상하게 내 몸은 괜찮다.
기록 둘,
연습장 인조 잔디 위에 서면 나와, 작고 하얀 골프공이 마주한다. 앞에서 귀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드라이버를 치고 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스크린 골프를 즐겨도, 내 앞에 놓여있는 골프공을 치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는 주위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강해진다. 그런데 집중력과 실력은 크게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내 몸동작에 대한 사소한 느낌 하나로, 자신감 있게 칠 때도 소심하게 칠 때도 있다.
기록 셋,
이제 골프 예능을 즐겨본다. 심심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재미를 느껴가는 중이다. 내가 필드에서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칠 모습을 상상하면서 보니까 더 재밌는 듯하다. 어젠 유튜브에서 골프 프로들의 레슨 영상을 찾아보다가 문득 내가 낯설었다. 이렇게 골프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 내가 잘 배워보고 싶은 것은 올바른 백스윙과 몸통, 허리 회전이다.
요즘 즐겨보는 예능 <골프왕>에서 누군가 말했다. 몸에 힘을 빼고 쳐야한다고, 복잡한 생각 없이 가볍게 골프공을 쳐야한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운동이 골프이지만, 막상 내 앞에 있는 작고 하얀 골프공을 치는 그 순간에 내 몸에는 힘이 들어가 있으면 안되고 머리도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한다. 평생 해도 완전정복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점부터 시작해서, 참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운동인 것 같다. 이 아이러니한 운동을 어서 잘 배워서 가을 라운딩에 나가는게 현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