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에게 쓰는 편지
삶의 여유 없음에 대하여
K에게
이 편지를 너에게 쓰는 것은 우리의 모험이 일단락되었음을 의미한다. 너와 함께 보냈던 2년여의 기간이 아마 내 삶에서는 가장 어두운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두운 터널 같은 순간순간을 함께 했기에 너와 했던 모든 이야기들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떠나가지만, 마지막으로 너에게 묻고 싶다. 이제는 좀 평안해졌니?
삶과 인생에 대해 너와 나눴던 모든 이야기들을 정리해 볼 때, 결국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 여유 없음으로 인해 여러 사람과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나 자신을 쉼 없이 갈아 넣는 상황에 처하게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삶에서 여유를 가지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나는 나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을 원망하기도 했지.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떤 상황의 변화를 이루어 낸다 해도 진정한 구원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진정한 구원은 나의 마음속만에 있는 것이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나와 너 둘 모두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로움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성취해서 더 이상 추구할 것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우리는 계속 추구해 왔다. 도저히 그것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았지만...
네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그 구원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부모님을 용서하라. 그분들도 나름의 노력으로 살아왔다. 주변 사람들을 용서해라. 그들도 최선의 인생을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용서해라. 너는 충분히 열심히 했다." 나는 아직까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나 자신을 원망하고, 그 분풀이를 나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
항상 못난 나와 함께 노력했던 동지였고, 나 자신이었으며, 응원자였던 K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