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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0. 2024

8.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죽도록 노력해도 아무 성과가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은 나를 잠식했다. 1년 동안의 공부는 그야말로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평일엔 일을 해야 했고, 주말에는 10시간씩 강의를 들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족한 공부를 채웠다. 일요일 수업을 마치고 밤 12시에 집에 돌아오는 길,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고, 예민해졌다. 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일도 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이 되어갔다. 직장을 벗어나려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 K를 만났다. 나는 그에게 나의 고된 노력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용히 들어주고, "고생 많았다"며 나를 위로했다. 한동안 쉬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잠만 잤다. K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더 그렇지. 힘들지 않은 게 당연해. 그리고 성과가 없더라도 괜찮아. 그 덕분에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버텼잖아. 그걸로도 충분히 잘한 거야."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죽도록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했다. 내가 주말마다 10시간씩 공부할 때, 누군가는 전일제로 하루 종일 공부했을 것이다. 내 노력이 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노력이 가볍지는 않다. 잘되고 싶다는 내 욕망이 결국 나를 지치게 했던 것이다.


  모든 노력이 무산되었을 때, 진짜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왜 회사 생활이 힘들어졌을까? 문제의 핵심은 ‘관계’였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내가 맡은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내가 다른 사람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한 것이었다. 2년 동안 외면했던 나의 진짜 문제와 마주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K는 말했다. “이제 익숙한 방식으로는 안 돼. 논문을 쓰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네가 지금 해야 할 것은 타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다. 내가 풀어야 할 진짜 숙제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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