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회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느껴질 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반바지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다. 그리고 바로 공원으로 아침 러닝을 나온다. 2마일 정도의 거리를 천천히 뛴다. 군대에서 했던 그대로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는 아침 러닝이다. 나는 운동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삶도 운동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러닝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복잡한 생각들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해보자는 자신감으로 바뀜을 느낀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나의 일에 대해 천천히 고민해 본다. 1바퀴를 뛰고 1바퀴는 걷는다. 계속 생각하다 보니 나만의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이 귀결된다. 그리고 일에 관한 책을 빌려 일주일간 읽고 내 생각을 글로 쓴다.
1. 나는 나를 고용하기로 했다(토마스 오풍) : 나의 가치로 돈 벌기
2. 퓨처 셀프(벤자민 하디) : 생각하는 대로 인생이 된다.
3.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 지식 근로자의 자신만의 경쟁력 만들기
4. 일생의 일(김민태) : 나만의 일을 찾아야 한다.
5.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김은주) : 구글 디자이너, 준비되지 않았어도 우선 도전하고 준비해라.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였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회사 생활을 했다. 일을 거절하지 못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도 미련하게 해냈다. 나를 회사에 갈아 넣은 만큼 상사들에게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나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은 적었다. 시키는 일은 잘했지만 나 스스로 무언가 기획하고 해내는 능력은 부족했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조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일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조금 남아있던 자존감마저 모두 무너졌다.
일주일 뒤 K를 만나 내가 정리했던 일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는 K에게 더 전문성을 찾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 자격증, 학위 등 나만의 노력으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문자격증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 자격증만 있다면 이 거지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K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해볼 수 있을 만큼 노력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 학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 때 했던 공부였기 때문에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머리와 몸은 나이가 들었다. 대학 때처럼 10시간씩 앉아서 공부할 수 없었다. 1년간 학원을 빼먹지 않고 나갔다. 학원 수업 중 쉬는 시간에 잠깐 나와 계절이 바뀐 하늘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1차 시험에서는 3문제 차이로 불합격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곳을 벗어나려고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 봤지만, 결과는 처참하게도 o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