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남편의 자서전
<D-15>
서툴다.
유경이를 만나온 지난 609일을 돌이켜보다 떠오른 단어였다. 나는 데이트 코스를 짤 때도 함께 영화를 볼 때도 유경이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도 서툴기 그지없었다. 나름대로 한다고 한 배려가 오히려 유경이를 서운케 하기도 했고 무심한듯 지나쳤던 일들이 유경이를 아프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서툰 나를 유경이는 계속해서 어우르고 달래며 이끌어왔다.
그런데 벌써 15일 밖에 남지 않았다. 서툰 남자친구였던 내가 괜찮은 남자친구가 되기도 전에 나는 서툰 남편의 길로 들어선다.
주변에선 축하와 함께 결혼을 하니 어떠냐는 질문이 쏟아지는데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을 뿐 해보지 않았으니 또다시 서툰 대답을 뱉는다.
글쎄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좋아요. 그치만 막 기분 째지게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건 아니고요. 그냥 빨리 같이 살고 싶어요.
보통은 여기까지만 전하고 말을 그친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질문하는 이들이 사실은 딱히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냥 으레 물었으니 나도 으레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은 끝까지 말해보고 싶다. 서툰 내가 결혼을 맞이하며 하고 있는 생각을.
솔직히 삶이나 인생이나 결혼으로 어떻게 바뀌어 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만약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초혼이 아니거나 엄청 똑똑한 사람일 것이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예상하는 것 중 결혼으로 달라지는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매일밤 사랑하는 사람과 잠을 이룬다는 것. 그래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그렇게 함께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인생의 전체적인 맥락보다, 앞으로 10년 후의 계획보다, 올 한해의 커다란 목표보다, 하루하루의 아침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더 자주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1년, 10년, 나아가 일생을 잘 사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하루의 시작과 끝을 사랑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나의 삶을 행복으로 가는 열차에 태워 출발시키는 것과 같다.
15일이 남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15일 뒤부터 유경이와 어떤 가정을 꾸릴지, 어떤 삶을 만들어갈지 그런 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서툰 남자친구이며 곧 서툰 남편이 될 주제이기에 그런 건 내가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는 기다릴 뿐이다.
그녀와 함께 열고 함께 닫는 하루를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내는 한 달을
그렇게 채워가는 일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