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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Jan 17. 2019

서점에서 소개팅을 했다

2017년 3월에 시작된 이야기다

2017년 3월, 연남동의 작은 서점에서 한 여성을 만났다.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형이 만들어준 소개팅 자리였다. 평소 소개팅 같은 자리에 나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나였지만, 대부분의 소개팅 입문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그냥 친구로 만나봐~”라는 형의 말에 떠밀려 나갔다. 정말이다. ‘블라인드 소개팅’이라는 말에 혹해서, ‘예쁜 여성분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나간 게 아니다.  

그런데 그날 만난 여성분은 순식간에 내 마음을 빼앗았고 나는 즉석에서 면접관 앞에 앉은 응시자가 되어 대화를 시작했다. 몇 번의 질의응답이 오가며 나름 부드러운 분위기를 탔다고 생각했을 때, 면접관 아니, 소개팅의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무인서점>

“혹시 어떤 일 하시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사소하고, 기본적인 질문이었지만 나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당시 나는 열정에 기름붓기에 입사한 지 2주도 안 됐었는데, <모든 사람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하자>는 비전에 공감하여 입사했지만 그래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나조차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가 던진 질문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헤엄쳤고, 나는 수습 기간이 끝나갈 즈음에야 그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사이 나는 생에 그 어떤 순간보다 더 깊게 나의 업에 매료돼 여자친구가 된 그녀에게 틈만 나면 내가 하는 일 얘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일 이야기를 하던 나에게 여자친구는 물었다. “일이 그렇게 재미있어요?”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담은 꽃 사진

지금 생각하면 황금 같은 주말에, 데이트까지 나와서, 일 얘기만 하는 서툰 남자친구에게 핀잔을 하사하신 것 같지만 눈치가 없던 나는 ‘지금이야말로 내 업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라고 생각해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네.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많은 구독자분들이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좋아해 주세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 콘텐츠로 응원과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셔요. 저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어서 다시 콘텐츠를 만들어요. 그러니 일이 즐거운 걸 넘어 감사하죠. 그 어떤 선생님이나 기자도 하지 못했던 일을 저와 동료들이 하는 거잖아요.”

열정에 기름붓기의 슬로건


그런 그녀는 얼마 전 나의 아내가 되었고, 나는 열정에 기름붓기 직원 최초로 독립된 가정을 꾸린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아내는 나에게 물었다.

직접 찍은 셀프 웨딩사진


“남편, 열기 언제 이렇게 커졌어?”


SNS를 즐기지 않는 아내도 가끔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을 올리곤 하는데 본인이 열기 계정을 팔로우했던 10월엔 2만에 불과했던 팔로워가 어느새 11만을 넘어선 모습을 보고 놀라 물었다고 한다.

사실 열기는 지난 11월 인스타그램을 개편했다. 사람들은 인스타에선 우리처럼 진지한 콘텐츠가 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렸지만, 우린 보여주고 싶었다. 제아무리 감성적인 코드, 소비적인 코드만 잘 통하는 인스타그램이라도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전달하는 콘텐츠에는 반응할 것이라고.


그리고 우린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지난 3년 동안 쌓아온 인스타그램 조회수 총량을 훌쩍 넘기는 2,000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11만 구독자의 채널이 됐다. 이번 개편의 PM을 담당했던 나는 우쭐해진 마음으로 아내에게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으려다가, 이제껏 TMI 남친 때문에 고생했던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짧게 전했다.


“여보, 진정성 있는 콘텐츠엔 힘이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열기는 모든 콘텐츠에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올렸더니 그렇게 커졌어. 대단하지? 그치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 내년에도 우린 진정성을 담아 콘텐츠를 만들 것이고, 우리 콘텐츠를 받아보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거니까.”

열정에 기름붓기 인스타그램(왼쪽)

지난 2년 나는 진정성의 힘을 믿었다. 개인적인 일상부터 회사의 업까지. 진정성을 담아 임한다면 만족스런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2년째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나는 바란다. 지난 2년 동안의 나처럼 2019년의 당신도 진정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꼭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운동, 공부, 일. 진정성을 담아 하는 임한다면 최소한 ‘성장’이라는 열매를 맛볼 테니까.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진정성’이라는 가치에 ‘꾸준함’이라는 토핑을 얹을 때, 당신이 누구고 무슨 일을 하고 싶든 그것을 반드시 이뤄진다고.



=====


열정에 기름붓기와 함께하는 일년, 일년이 여러분에게도 성장이 있는 한 해였기를 바라며 2019년도 변함없는 콘텐츠로 응원하겠습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 :)


https://www.instagram.com/passion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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