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구름 한 점 없던 날, 자유의 여신상

리버티섬과 자유의 여신상

by 이정우 LJW

여행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의 일정은 일명 '무한 걷기'. 자유의 여신상을 시작으로 월스트리트, 소호거리를 거쳐 하이라인을 타고 첼시마켓까지 가는 일정이다. 중간중간 대중교통을 타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걷는 일정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 맨해튼의 남쪽 배터리 파크에서 페리를 타고 리버티 섬에 가야 볼 수 있다. 무료페리와 유료페리가 있는데 무료페리는 리버티 섬에 하선하지 않는다. 알아보니 스태튼 아일랜드 주민을 위한 대중교통 페리 목적이라 하선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선하려면 유료페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나는 그래서 전날 Statue City Cruises라는 사이트에서 미리 예매한 후 시간에 맞추어 유료페리 선착장이 있는 배터리 파크로 이동했다.

IMG_7898.JPG 리버티섬으로 가는 페리의 선착장이 있는 배터리파크

Whitehall St-South Ferry 역에서 내리니 안내조끼를 입고 있는 흑인남성들이 나오는 모든 사람을 붙잡고 크루즈를 타는지 물어보았다. 아니라는 사람과 맞다는 사람들이 한데 뒤섞이는 틈을 타서 나는 재빨리 말 걸기 전에 벗어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몰토크.


"크루즈 타러 왔어?" "응!"

"몇 시 예약이야!" "am8:30~"

"오, 보안 검색도 있으니 얼른 가야 해. 배터리 파크 가로질러서 저기로 가" "오케이 땡큐!"

"근데 혼자 왔어?" "응 혼자 왔어."

"뷰티풀 브로!" "땡스 브로!"


사실 이 대화 이후로 뭔가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어가 서툰 나에게 이 정도로 현지인과 대화를 '자신 있게!' 대화를 했다는 것은 아마 나에게 아낌없는 교육비를 투자해 주신 부모님이 더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 돈이 헛되지 않았구나 아들아. 네 어머니, 제가 해냈습니다.


아무튼 배터리 파크의 선착장으로 가니 생각보다 대기가 길지 않았고 그래서 보안검색도 비교적 기다리지 않고 바로 통과했다. 살짝 추운 날씨였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고 그래서 자유의 여신상이 저 멀리서도 생각보다 선명하고 크게 보였다. 시간이 되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타기 시작했고 꽤 대형 페리였는데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타니 움직이는 무게중심 때문에 좌우로 출렁거렸다. 600명이 탈 수 있는 배는 이내 채워졌고 천천히 페리가 출발했다.

IMG_7901.JPG 페리 안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작은 매점, 배 바깥을 볼 수 있는 데크 등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리버티 섬 가는 중간에 자유의 여신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지나치는 경로다. 그래서 섬에서 가까이 보는 것보다 훨씬 사진 찍기 좋은 각도에서 볼 수 있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웅장했다. 이 웅장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재빨리 시차를 계산해서 아직 안 자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보여주었다.

IMG_7905.JPG 페리에서 본 자유의 여신상

리버티섬은 굉장히 작은 섬이다. 조그맣게 역사를 정리한 전시장이 한편에 있고 섬의 남쪽으로 가면 자유의 여신상을 바로 밑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사실 메인이다. 너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부탁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보이는 혼자온 여행객. 그분도 사진을 찍고 싶은데 잘 안되니 손을 쭉 뻗어 간신히 본인 얼굴이 나오게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얼른 가서 사진 찍어줄까? 하고 이야기하니 너무 고맙다며 바로 포즈를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나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날씨도 좋고 사진 구도도 생각보다 좋아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IMG_7928.JPG 리버티 섬 바로 밑에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

사실 자유의 여신상은 미리 예약하면 비용을 추가해서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 크라운 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굳이 올라가진 않고 주변을 돌아보며 구경만 하기로 했다. 저 멀리 월스트리트의 마천루가 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졌다. 나는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혼자 있는 분에게 또 요청했고 그분도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서양인들은 사진을 풍경 위주로 찍는다는데, 정말 사람은 저 옆에 있는데 맨해튼의 마천루가 중앙에 위치하게 찍어주셨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여러모로 뿌듯한 기억을 안고 다시 맨해튼으로 가는 선착장으로 갔다.

IMG_7913.JPG 리버티 섬에서 본 월스트리트의 마천루

간단히 기념품을 사고 페리를 기다리는데 비행기가 수증기로 글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진실... 어쩌고 하는 글자인데 사실 어떤 글자인지는 잘 안보였다. 옆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서양여자분들의 끊임없는 수다를 한번 듣기 평가 느낌으로 집중해서 들어보려 한 탓이었다. 그리고 이내 포기.

IMG_7946.JPG 리버티 섬을 떠나는 페리를 기다리며 구경한 비행기 퍼포먼스

페리는 맨해튼을 가기 전 앨리스 섬에 잠시 들렀고 몇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기다린 후 맨해튼으로 향했다. 맨해튼의 남쪽. 월스트리트를 북쪽으로 가로질러 올라가면서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 했다.



#정리

1. 리버티섬을 가려면 '유료페리'를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크라운까지 올라가려면 사전예매 필수!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 리버티섬 기념품 샵이 생각보다 예쁜 게 많았다. 여기서 기념품을 많이 구입했다.


#미국 여행 꿀팁 8

1. 다른 시간은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하므로 페리 시작시간인 오전 8:30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는 것을 추천!!

2. 잠깐 거치는 앨리스 섬은 사실 볼 게 그다지 없다고 하니 일정이 촉박하다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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