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911 메모리얼 파크, 세계무역센터
다시 도착한 배터리파크의 바로 옆 브로드웨이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위치에 있는 것을 모르고 갔는데 전혀 사람이 줄 서있을 것 같이 않은 곳에 줄을 서있길래 가보니 사진으로만 본 그 황소가 있는 것이었다. 황소의 고환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모든 사람들이 다 황소의 엉덩이 쪽으로 줄을 서서 고환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 부분만 반질반질했다. 사진을 찍을까? 고민했지만 혼자 사진 찍기가 좀 멋쩍어서 멀리서 동상 사진만 찍고 걸음을 옮겼다.
뉴욕의 금융시설이 총집합해 있는 곳답게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높은 건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답답하지 않았고 '정말 내가 뉴욕에 왔구나'라는 여행 첫날 뉴욕 거리를 걸었던 그 느낌이 스멀스멀 다시 생겨날 정도로 뉴욕다운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과 사이사이 현대적인 건물이 가끔씩 섞여있었는데 전혀 이질 감 없이 한데 어우러졌다. 관광객, 직장인, 거리의 청소부, 소방차와 소방차의 길을 터주는 안내원 등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건물과 건물의 그 좁은 거리에 한데 모여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여행 내내 그런 곳이었다.
월스트리트는 브로드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었다. '1-21 Wall St.' 표지판이 이곳이 월스트리트라는 사실을 알려줬고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브로드웨이와는 다르게 동서로 뻗어있는 월스트리트를 따라가다 보면 뉴욕의 각종 금융시설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뉴욕 증권거래소이다. 세계 최대규모,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답게 정말 크고 웅장했다. 또 그리스 신전같이 큰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구조였는데 건물을 지을 당시 미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기 위해 주로 그리스 복고양식을 채택한 결과라고 한다. 이 구조는 바로 옆 'Federal Hall National Memorial'에서도 볼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에서 북서쪽으로 더 올라가니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만든 911 메모리얼 풀이 있었다. 무너진 두 개의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만들어진 911 메모리얼 풀 주변으로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그 너머에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물줄기가 뚫어진 중앙의 구멍으로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벌써 그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흘렀고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때 뉴스기사로 하루 종일 보여주던 영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서있는 이 자리가 상상할 수도 없던 그 사건의 한가운데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더 내 시선은 물이 쉼 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빈 공간에 머물러졌다. 그 당시 이역만리 떨어져 살던 나도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어땠을지. 그리고 그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미국인의 마음은 어땠을지. 국가적인 재난은 국민 전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세월호 사건으로 치열하게 겪지 않았던가. 메모리얼 풀의 디자인과 이야기가 만들어낸 이 감정 때문인지 뉴욕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새로 생긴 세계무역센터의 지하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역을 통해 한인타운에서 먹을 예정이다. 뾰족한 천장이 아래로 갈수록 비스듬히 내려와 넓어지는 모양이었고 아래에는 기둥 없이 뻥 뚫려있는 광장이었다. 광장 한가운데 놓인 피아노로 한 사람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잠깐 연주해 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정리
1. 돌진하는 황소, 뉴욕증권거래소를 포함한 월스트리트의 여러 건물과 상징물을 구경했다.
2. 911 메모리얼 풀은 내가 본 뉴욕에서 본 가장 좋은 상징물이었다.
#미국 여행 꿀팁 9
1. 돌진하는 황소에서 쉽게 사진을 찍으려면 오전 8시 정도는 가야 한다. 낮에는 사람이 많아 사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