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겉도는 20대 나의 이야기

<저는 늘 막내입니다> 도입부

by 매실

20살 때 본 30대는 안정적이었다. 대리 혹은 팀장의 직급이 있고, 차와 집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있었다. 20살인 내게 29살은 먼 미래였지만,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족이 생기고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9살이 됐다. 빨리 20살이 되고 싶었던 마음과 다르게 30살이 다가오니 마음이 좀 복잡하다. 여전히 드라마에선 28살 혹은 29살은 한 회사의 대표 혹은 경력 6년 차로 나온다. 같은 나이지만 드라마와 나는 많이 다르다. 여전히 겉도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사람에 상처받고, 일의 흥미를 잃어 잦은 이직을 했다. 직장이 생겼고 곧 사라졌다.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에 고민이 더해져 불안이 찾아왔다. 이 와중에 부모님 친구분들과 내 친구들은 내가 하는 일이 노후에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결혼했거나 남자친구 있는 친구들은 내가 누구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불안을 더했다. 나도 하지 않는 고민을 내 옆사람이 했다. 그 질문이 싫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은데 내 삶을 훈계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한두 번은 그냥 지나 칠 수 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 얘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불안해진다.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무서워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는 게 무서워졌다.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고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데 무심하게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그래서 29살이 돼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난 계속 젊고 싶고 20대라서 가능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물론 나이 들어도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계속 이런 불안이 맴도는 건 내가 지치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조금만 뛰면 그전보다 훨씬 숨을 헐떡거리고, 조금만 서있어도 다리가 부어올랐다.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뒹굴거린다. 그러면 벌써 저녁. 내가 선택한 하루지만, 하루가 허무하게 흘러간 것에 꽤 우울하다. 갈수록 생각은 많아지지만, 귀찮아서 행동은 하지 않고 마음만 불안해진달까. 이러다 30대 후반이나 40대 후반이 되어도 계속 자리 잡지 못하는 건 아닌지 겁난다.


생각해 보면 매번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했지만 그 관심분야는 오래가지 못하고 매번 바뀌었다.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능력을 가졌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이 방향을 잃은 채 무작정 걷기만 하는 기분이다. 되돌아가기엔 지금까지 온 게 아깝고 새로운 길을 가기엔 처음부터 시작할 에너지가 없었다. 별의별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었다. 무언가의 결정이 필요했다. 생각해 보니 불안하더라도 글쓰기는 놓지 않았었고 분야는 다르지만,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해왔었다. 그래서 나는 돌고 돌아 글 쓰는 삶을 선택했다. 그 선택엔 불안정한 삶이 따라왔다.

하고 싶은 글을 쓴다고 해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늘 불안하다. 내가 글로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되고,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까 봐 불안하다. 그러다 또다시 안정적인 생계를 위해 좋아하는 일을 미루며 잊힐까 봐 걱정된다. 그래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여러 일을 해왔고,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잊고 살았지만, 결국 일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넋 놓고 지난 20대를 생각해 보니 절대로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불안했지만 그 불안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 수 있었다. 독립출판을 출간했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고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려 한다. 내가 경험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언제 즐거웠고, 언제 불안했으며, 어떤 일에 흥미를 느꼈는지를 찾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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