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카페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저는 늘 막내입니다> 1부

by 매실

무슨 자신감인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핸드폰비랑 용돈을 스스로 벌겠다고 했다. 그 말을 책임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이렇게 선포한 이유는 뭘 해야 할지 망설일 때 말로 하면 뭐라도 하기 때문이다. 칭찬받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귀찮아서 포기하려 할 때쯤 누군가가 "그때 하려고 했던 일은 하고 있냐?"며 안부를 물었다. 그럴 때면 아차 싶었고, 다시 정신 차리고 멈췄던 일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일부러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이번 아르바이트도 그 덕에 시작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에 로망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거나 주유소 혹은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생활비, 월세, 핸드폰비를 내기 위해 일하는 거지만. 여러 이력서 중에서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던킨도넛에 합격했다. 아르바이트는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남동생만 있는 내게 언니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까지 근무했던 것 같다. 옆에 영화관이 있어서 9시부터 바쁘기 시작했고, 그런 날이면 모두가 정신 놓고 기계처럼 일했다. 머리로 무엇부터 만들어야겠다가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였다. 손님이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나가면 손님이 먹다가 떨어뜨린 빵조각들과 쏟은 음료를 닦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 쉴 틈이 없는 게 맞겠지? 평일엔 학교에 가야 했기에 주말 알바를 했다. 덕분에 일주일 내내 피곤했다. 4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낮잠을 잤고, 느지막이 일어나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내 학교에선 졸곤 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다. 나이 차이가 얼마 되지 않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을 듣는 게 좋았다. 어설프게 음료를 잘못 나가면 "괜찮아 네가 마셔"라고 말해줬고, 실수 없이 손님 주문이 다 나가면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우린 최고의 팀이라고 웃었다. 고등학교 때 호텔리어 실습했던 때와는 많이 달랐다. 일이란 게 어쩌면 괜찮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일 끝나고 가벼운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를 토닥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니까.


나 예전에 던킨에서 일했었는데 그때 5킬로 찜


오픈이 아니라 마감 때면 남은 빵을 가져갈 수 있었고, 일하는 동안 음료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사장님은 꽤 쿨하셨다. 그 쿨함 덕분에 5킬로 쪘지만. 이외에도 아직까지 생각나는 손님이 있다. 그날따라 매장 바닥에 빵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손님은 그 빵을 치워달라고 하셨고, 빗자루를 가져와 그 부분만 쓸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매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리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먹고 있는데 바닥을 쓸면, 먼지까지 먹으란 거야?!!" 그 무안함과 무서움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이상하게 좋은 기억은 희미하게 기억나는데, 안 좋은 기억은 왜 이렇게 오래가는지 모르겠다. 일할 때마다 손님 눈치 보게 되고 술 취한 손님이 올 때면 더 겁먹곤 했다.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안 좋은 기억도 있었던 첫 아르바이트. 기숙사 생활을 위해 일은 그만뒀지만 우린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9년이 지난 지금은 번호도 남지 않았다. 좋은 기억을 남겨준 사람들이지만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게 아쉬웠다. 이 이후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첫 아르바이트만큼 기억에 남진 않는다. 처음의 서먹함과 잦은 실수에 위축되기도 했고 점차 친해지면서 일 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던 그때. 분명 모르고 지냈던 사람이었는데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했고, 난 그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이 좋았다.


한 달이 지나고 첫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약 35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핸드폰비 내고도 돈이 남아서 부모님께 식사를 사드렸다. 처음으로 내가 번 돈으로 맛있는 걸 사드릴 수 있었다. 엄마 아빠의 뿌듯한 표정이 나까지 뿌듯하게 했다. "벌써 다 컸네." 그러고도 돈이 남아서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큰돈이 아닌데 왜 이렇게 돈이 많았다고 생각했을까. “딱 이만큼만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먹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누군가에게도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는 정도" 그땐 그랬다. 돈 욕심이 많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몇 배로 많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월세, 핸드폰, 교통비, 보험비 등을 내면 빠듯한 한 달 생활이 시작된다. 작은 것에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람 만나는 것을 기대하곤 했는데. 지금은 점심이라도 사 먹을 수 있었으면 하고, 회사 내에 이상한 사람만 없길 바라고 있다. 그런 나를 보고 있으면 조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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