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저는 늘 막내입니다> 1부

by 매실

대학교 때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고 싶어서 [그린캠퍼스]에 지원했다. 환경 문제를 눈으로 보고, 원인과 해결방법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4대강 문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그린캠퍼스에서 끝낼 수 없었다. 우린 환경을 지킬 수 있는 환경동아리를 만들었고, 손수건 사용하기, 잔반 남기지 않기 등 캠페인을 기획했다.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환경동아리까지 만들다니. 관심을 관심으로 두지 않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환경에 관심이 생겨서일까. 그전엔 신경 쓰지 않던 길거리 쓰레기와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나한텐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다 그때부터 환경 관련 강의와 토론회 등을 다녔다. 관심에 깊이가 더해졌다.


앞으로도 환경 쪽에서 일하고 싶으면
00 회사 인턴에 지원해 볼래?



학교에 버려진 땅이 있었다. 동아리에서 그 땅에 있던 돌멩이를 빼고, 고은 흙으로 바꿔 물과 영양을 주면서 블루베리, 토마토, 감자 등을 키웠다. 수확하면서 노동의 땀을 알았고, 편식이 심했던 내가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느끼는 수확의 재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회원들끼리 요리하면서 로컬푸드를 이야기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환경 쪽으로만 공부하고 있을 때 지도 교수님께서 인턴을 제안해 주셨다. 당시에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 역시 우연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원하는 동아리가 없어서 지도교수님께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지원금을 요청했다. 그런 깡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창업동아리를 만들었고, 마음 맞는 동기와 함께 창업을 주제로 토론하거나 성공기업을 찾아가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곤 했다. 처음에는 활발하게 운영됐지만 하나 둘 과제와 약속으로 모임이 흐지부지 됐다. 내게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잘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를 찾아보다 사회적 기업 동아리가 눈에 띄었다. 그 당시에는 사회적 기업이 너무 어려워서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훗날 마케팅 수업에서 사회적 기업을 언급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겼다.


사회적 기업 책을 읽다가 일해보고 싶은 기업에 표시해 놨었는데,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기업이 그중 한 곳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력서를 작성해서 회사에 보냈다. 처음 보는 면접에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썼다. 일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해서 말하면서까지. 다행히 좋은 기회가 되어 6개월간 인턴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학교에 다니면서 일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대표님의 배려 덕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학교 수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 관심을 누군가에게 표출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말, 이때부터 믿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장생활이 시작됐다. 학교 수업에서 배운 그 이상으로 알찬 내용이 많았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현장감, 직접 부딪히고 느낀 결과까지. 학교 수업시간에도 회사 기획서를 잘 쓰고 싶어서 고민하고 메모했다. 그런 내 모습은 좋았지만, 그만큼 학교 생활에 집중하지 못했다.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퇴근 후 노는 건 좋았어도 학과 실습은 참여하기 어려웠다. 거기에 대한 억울함이 있었고, 괜히 일 터에 화풀이했다.


대표님은 이런 나를 이해해 주셨고, 내가 하는 일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고 말해주셨다. "복사한다고 해서 그 일을 우습게 알면 안 돼. 복사하면서 그 회사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가는지 확인할 수 있어. 어떤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어." 이 말을 듣고 작은 업무 하나라도 내게 맡기면 열심히 하려 했다.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라 그런지 한 사람이 담당하는 일은 많았다. 지금이었다면 일이 많다고 불평했을 텐데, 그땐 젊어서였을까? 호기심이 많아서였을까? 힘들지 않았다. 작은 것부터 차례차례 배우다 보면 훗날 커리어 우먼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며 즐겼다. 생각해 보면 기획, 진행, 결과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보람차게 일할 수 있었다.

물론, 호기심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어서 속상하기도 했다. 일하기엔 난 어렸고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다. 생각하는 게 생각하는 거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난 의견을 내는 것에 두려움이 많았다. "이거 어때요?"라고 했을 때, 그게 무슨 말이야? 혹은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등 부정적인 대답을 들을 거란 불안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몰랐다. 작은 거 하나라도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 잘 몰랐기에 내 의견을 물어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리숙했고 어벙벙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팀장님은 내게 하나하나 기획 의도를 알려주셨고, 함께 성장하길 바라셨다. 그 덕분에 의견이 없던 내게 의견이 생기기 시작했고, 프로그램 및 브랜드 홍보 일을 도맡을 수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획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무리까지 매듭지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덕분에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나도 의심하는 내 가능성을 믿어주셨기에,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을 헤쳐나가는 재미가 중요하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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