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

<저는 늘 막내입니다> 1부

by 매실

다니던 직장에서 잘리고 생각이 많아졌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고,, 하고 싶다고 해도 그 분위기를 맞춰줄 직장은 없구나. 나한테 맞는 일과 직장이 있긴 할까? 없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부당한 상황에서도 잘 참아야 되는 걸까?" 그전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격주로 쓰던 신입생존 일기에 이렇게 썼다. "살아남는 인생이 아닌 살아가는 인생을 살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 말을 잘못 꺼낸 것 같다. 살아남는 인생만큼이나 살아가는 인생도 어려운 일인데. 이 생각 중에 사진 관련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지금 일하고 계시나요?" 내가 일하지 않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잡지사에선 내게 면접 볼 수 있는지 물었고 난 좋다고 대답했다. 이력서를 쓰지 않아도 이렇게 연락이 올 수 있구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면접 보러 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망설였다. "여긴 괜찮을까?" 반복되는 이직에 불안했다. 어딜 가나 별로인 사람이 있고 어딜 가나 원하는 일보다 원치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잡지사는 워낙 치열하고 야근도 많은데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이제는 하기도 전에 생각이 많아지고 기운 빠진다. 뭐든 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인데. 면접을 보더라도 떨어질 수 있으니 마무리라도 잘하자고 생각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문을 두드렸다. 생각과 달리 하고 싶은 말을 잘 전했다. 무엇보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읽어보시고 칭찬해 주셨다. 글을 잘 쓴다는 그 한 마디로 면접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단순할지도) "아무리 야근이 많다고 해도 내 글을 칭찬해 주고 글을 쓸 수 있다면 괜찮을지도 몰라" 다음 주부터 일해 달라는 걸 그다음 주부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을 그만두면서 준비하던 공모전을 마무리하고 싶었고, 독립출판 원고도 마저 쓰고 싶었다.


근데 그 협의가 잘못된 걸까. 출근하기 3일 전에 연락이 왔다. "경영이 안 좋아져서 일하시기 힘들 것 같아요"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얼마 전에 잘린 것도 모자라 지원하지 않았던 회사에서도 경영악화로 고용 취소라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마음 편히 출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불편해졌다. 특히 제일 서운했던 건 내 글을 칭찬해 주던 기자님을 믿고 다시 일할 확신을 얻었는데 그 기자님에게 또다시 상처받았다는 일이다.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어도 열심히 하고 싶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는데.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안 좋은 일이 반복되는 만큼 기대감은 사라지고, 불안감과 무기력만 남았다.


모든 일에 무기력해졌다. 또다시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게 됐고 이젠 직장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와 맞는 직장이 없다면 내가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기획과 글쓰기로 혼자 먹고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크몽으로 프리랜서를 등록했고 티스토리 애드센스 광고를 등록하기 위한 방법을 공부했다. 글 관련 공모전은 대부분 참여했다. 하지만 크몽에선 연락이 오지 않고 공모전은 계속 떨어졌다. 티스토리도 2개월 동안 꾸준히 글 쓴 뒤에야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광고로 먹고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역시 경력 없는 내가 글로 먹고 산다는 일은 힘들뿐더러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때 우연히 TV에서 15년 무명으로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나왔다. 연기를 하는 동안 수입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무명으로 답답했을 텐데 계속 연기하는 원동력을 묻자 "좋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역시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꾸준함과 기다림은 필수 항목인가 보다. 유명한 프로그램으로 드디어 이름을 알렸으니. 나도 그러고 싶다. 그 배우가 15년 무명생활을 해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 것처럼. 글 쓰는 일이 좋다면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꾸준히 글 쓰는 방법밖엔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글 관련 프로젝트를 고민했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는데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가 꽂아져 있었다. 다 받고 싶지 않은 편지들이었다. 그러다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썼던 편지와 그 답장을 기다리던 설렘이 생각났다. 이 추억을 더듬어 안부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요?]를 기획했다. 매주 안부를 물어주는 편지다. 내 글이 기다려졌으면 했고 무엇보다 나처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면 괜찮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혼자서 먹고사는 일을 고민한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우리나라 직장은 경력과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뭐 했어요? 일하지 않는 시간이 많은데 이때 뭐 했어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보니 계속 뭘 해야 할 것 만 같은 불안감속에서 살고 있다. 어떨 땐 그게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어떨 때는 살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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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일이 치사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졌다. 잘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정말 이게 맞는 일인가 고민하는 날 역시 많다. 직장을 구하고 직장을 버리면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꿈의 직장은 어디에도 없고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만 나와 조금씩 타협하며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는 기대를 담을 공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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