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하지만,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생활

<저는 늘 막내입니다> 2부

by 매실

계속 글을 작성하다 보니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요청한 기업이 있었다. 몇 번 해봤어도 오랜만이라 겁났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살기로 한 거 뭐든 해봐야 내가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미팅에 참석해서 브랜드와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글의 방향을 맞춰가기 위해 대표랑 의견 나누는 건 문제 되지 않지만 내가 쓴 글이 최종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어설픈 글을 최종이라고 주면 안 되니까. 미팅을 마치고 나니 정말 홀로 서기 한 기분이었다. 함께 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권도 내게 있고 의견을 내거나 받아들이는 것 역시 나 혼자 결정해야 한다.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 확신은 없지만, 아직 초보 프리랜서인 내겐 노하우가 없다. 뭐든 경험이 쌓이면 노하우가 생기겠지만, 아직 초짜인 나는 따지기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대표님은 내게 말했다. "제가 사람 복이 있어요. 그래서 더 작가님이랑 일하고 싶어요." 나도 매번 의심하는 내 능력을 알아주고 선뜻 제안과 동시에 격려까지 해주니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력이 뛰어나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 역시 노하우가 많으셨다.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에서도 대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내게 알려주면서 더 좋은 글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좋은 협력이 있다면 이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너무 좋은 분이셔서 의심되기도 했다. 왜 나를 뽑았을까? 나보다 글 잘 쓰시는 분도 많은데 나보다 능력 좋은 사람도 많은데? 이런 마음 반, 그래도 나를 믿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마음 반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작성하고 있다. 아마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와서 그런 거겠지. 거의 아침부터 저녁, 새벽 가리지 않고 관련 책을 읽고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일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서 프리하지만, 다른 의미로 프리하지 않았다. 그래도 잘 해내고 싶었다. 혼자서도 잘하고 있음을 스스로에게도 증명하고 싶었고 다들 반대했던 이 일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하는 동시에 솔밤 출판사를 등록했다. 앞으로도 계속 출판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작가님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나는 아침에는 자고 낮에도 낮잠을 잔다. 즉 저녁에 머리가 활발하다. 보리차를 옆에 두고 스탠드를 켠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내 하루는 낮보다는 밤에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밤에 시작한다는 의미와 매번 솔직한 글과 필요한 글을 쓰겠다는 의미를 담아 솔직한 밤의 솔밤 이름을 정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기 위해 내게 명함을 선물했다. 솔밤에서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 및 출판 준비로 바쁠 예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바쁜 일이 생기니 기분 좋음을 넘어 뿌듯하다. 자꾸만 일을 벌이고 있지만, 힘들기보다 재미있다. 경험이 부족해서 홀로 서기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학교, 동아리, 인턴, 사회생활 등에서 협력, 기획, 에디터 등의 경험을 모아 풀어내기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일이라는 게 내가 기획하고 결과를 보면서 경험을 쌓는 거니까. 다만 사수가 있느냐 없느냐, 나를 지켜줄 회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똑같고 내가 하는 일에 책임지는 것 역시 똑같다. 그러니 나는 이 일을 잘 키워가고 싶다. 그렇다고 이름을 날려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는 건 아니다. 오늘 마실 커피와 식사 정도 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불안한 게 싫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 불안함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니까. 물론 적당한 불안이라서 가능했다. 그 불안함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배는 고팠다. 눈치 없이 배고픈 내 배를 보면서 그래도 잘 살아야지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말들과 그 말을 실감하는 현실 속에서 살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내 미래가 늘 불안할 것 같지만, 지금의 일상을 보면 불행한 삶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떳떳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하루가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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