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대학, 슈마허 컬리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이자 중간기술 예찬론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슈마허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창립한 대안대학, 슈마허 컬리지.
슈마허 컬리지는 토트네스 인근에 자리한 대학이다. 건물 외형은 오랜 세월이 묵은 느낌이 한 눈이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덕분에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은 오랜 시간의 궤적이 느껴진다.
이 대학의 설립자 이력은 특이하다. 왜 슈마허라는 이름을 대학의 이름으로 사용했을까. 학교 설립자는 사타쉬 쿠마르(Satish Kumar)이다. 그는 1936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아홉 살이 되던 해에 그는 자이나교의 수행승이 되었다. 수행승이 된 후 열여덞이 되던 해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2년 동안 핵보유국을 순회하면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평화 순례를 다녔다. 그 이후 슈마허를 만나면서 그는 1973년부터 토트네스에 슈마허 컬리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티쉬의 교육 이념은 E=4H로 유명하다. E는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 Head(머리), Heart(마음), Hand(손), Home(가정)등 이 네 가지가 교육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그는 현대의 교육이 너무 머리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슈마허의 정신을 기반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었다. 사티쉬의 교육철학은 이론을 넘어 실제의 행동과 경험에서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의 외에 현장교육 과외활동, 공동체 활동을 중요한 교육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듯 슈마허 컬리지는 인류가 지구와 관계 맺는 방법을 학습하면서 인류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가 마을이요. 마을이 학교다>라는 철학적 물음이랄까. 슈마허 컬리지의 학습 현장은 인근 마을인 토트네스이다. 토트네스가 트랜지션 타운(Transition Town)으로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지속 가능한 마을살이의 길라잡이를 해주기 때문이다. 슈머허 컬리지는 커뮤니티 기반의 순환사회,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퍼머컬쳐, 커뮤니티 비즈니스, 로컬머니, 로컬푸드, 리코노미 등을 다룬다. 그뿐 아니라 생태적 감수성을 위한 토지윤리론, 근본생태론, 생명지역주의 등 급진적 생태중심주의 또는 전체론적 세계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이론과 실천을 위한 다양한 담론과 운영방안을 제시한다.
슈머허 컬리지는 전 세계에서 이 학교에 와서 학습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태적 삶을 위한 방법은 찾아 나선다. 학교교육 과정은 3주 과정의 단기 수료과정을 비롯하여 1년 과정의 석사과정에 개설되어 있다. 슈마허 컬리지의 교과과정은 자연과 함께 디자인, 새로운 경제학, 지구와 영성 전체주의 과학 등을 비롯하여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
처음 슈마허 컬리지를 방문하던 2007년 4월의 봄 날이라도 확인시켜주듯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캠퍼스를 덮고 있었다. 도시계획을 전공했다는 학교 스텝이 학교를 소개해주고 인근의 도시를 설명해주었다. 반드시 꼭 가보라고 하면서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그 동네를 소개해 주었다. 그 도시가 토트네스이다. 그 이후 9년 동안 토트네스 관련 글과 책을 찾아 모니터링을 했다. 한국에서는 에너지 자립 마을 정도 소개되어 있지만 토트네스는 그 과정에 대한 마을학습 과정에서 선택한 그들만이 미래 미션이 더 큰 의미를 지닌 곳이다. 2017년 세계 공동체 문화답사는 기획하면서 스스로 던진 주제는 <전환도시를 탐하다>였다. 목표가 토트네스에 대한 답사였다. 2007년 이후 토트네스와 슈머허 대학의 9년 만의 방문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