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
방문자가 지켜야 할 예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자리한 에코빌리지, 클라우조던.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는 아일랜드 티퍼레리 주 옥스파크(North Tipperary, Oxpark)를 주소로 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도착해서 더블린으로 가는 도로는 한국의 도로 상황과 많이 달랐다. 내비게이션은 아주 친절하게도 낯선 이방인에게는 경계와 긴장을 끈을 늦추지 않을 정도의 길로만 안내하는 듯하다. 잉글랜드에서 스코틀랜드로 운전을 할 때도 운전 길이 만만치 않았는데 당시 이 도로는 아일랜드 도로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편이다. 그만큼 아일랜드 도로는 좁고 도로 상태는 차만 다니면 되잖아라고 할 정도의 상태였다. 도시와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는 거의 길이라고 할 수 없는 산길이었다. 아마 다른 길이 있을 거야 왜 이런 길로 안내하지 하면서도 내비게이션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초행길 운전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제2의 도시 코크, 제3의 도시 슬라이고를 갈 때마다 만나는 길은 아스콘 도로에 익숙해질 것 같으면 다시 산길에 산길을 이어주었다. 그 덕분에 아일랜드의 풍경과 목동이 있는 목가적인 풍경은 연이어 볼 수 있었다. 운전 중에 산길에서 만난 소떼와 소몰이하는 개를 보면서 시속 5킬로의 자동차 속도로 그 풍경을 즐기기도 했다.
2시간 넘는 운전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커다란 트랙터에 어른과 아이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엠 프럼 코리아 하면 인사를 전했다. 자세히 보니 덩치 큰 아이들이다. 두 명의 사내아이들은 옷이 흙 범벅이 되어 있었다. 천둥벌거숭이 같다. 여기서 뭐 하냐는 물음에 방금 축구하다가 트랙터에 와서 놀고 있다고 한다. 낯선 동양인을 본 아일랜드 어린 친구는 그저 신기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짧은 인사를 하고 우리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입구에는 간판이 하나 서 있다. 간판에는 점유자 책임법 <Occupiers’ Liability Act 1995>이 적혀 있다. 이 법안은 어떤 장소에 방문했을 당시 지켜야 할 예의를 제시한 법안인데, 마을입구에는 이 법안을 명시하며 방문자의 예의와 의무를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신은 우리 마을에 방문했는데 최소한의 규칙과 예의를 지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법안 자체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들판에 들어선 에코빌리지 허브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첫 번째 맞이하는 것이 넓은 들녘에 자리한 태양광 패널이다. 그 옆에는 나무로 만든 생태화장실이 있다. 개인적으로 생태뒷간 연구를 한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신기할 것도 재미있는 일도 아니지만 처음 만나는 이에게는 매우 낯설기도 하고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냄새도 나고 파리도 날리고 자기가 본 대소변도 보이는 상황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 옆에는 붉은색으로 페인팅된 문 닫힌 커다란 창고건물이 있다. 우드 칩을 연료로 마을의 각 집에 공급되는 난방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코하우징인 뭉케쇠가뢰에서 본 적이 있다. 우드 칩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다. 에코빌리지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중에 에너지를 활용한 난방을 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버려진 나무 또는 간벌한 나무를 재활용하여 난방재료로 만든 우드 칩이다.
그 옆에는 삶과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실험실 또는 삶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는 랩실도 마련되어 있다. 랩실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험하는 창작실험실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키워드는 리빙랩, 커뮤니티 회복력, 파마컬처 등의 키워드가 일상적으로 사용할 정도다.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에는 Cultivate Living and Learning, Cloughjordan House가 한 동네에 있다. 이 사이트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간명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아이리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답을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와 Cultivate Living and Learning에서 찾는다. Cultivate Living and Learning은 아일랜드의 환경네트워크 그룹인 Irish Environmental Network와 연계된 곳이다. 한 사이트에 아이리시를 연결하는 환경그룹, 에코빌리지가 있다는 것을 보면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뿐 아니다. Cultivate Living and Learning에는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를 비롯하여 클라우조던 코하우징, WeAll Ireland, 클라우조던 커뮤니티 농장이 있다.
에코빌리지, 사회적 디자인을 제안하다.
아일랜드에서 생태발자국이 가장 적은 마을은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로 손꼽는다. 1999년 더블린 도심의 한 호텔에서 아일랜드 최초로 에코빌리지 구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 발표는 Sustainable Projects Ireland Ltd가 진행했다. 그들은 야심 차게 에코빌리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같이 함께 할 것으로 사회적으로 선언한 자리였다. 그 이후 2년 간 에코빌리지 건립을 위한 사이트를 찾았다. 그 결과 Tipperary의 Cloughjordan 마을 바로 옆에 있는 67 에이커 부지를 선택하면서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 프로젝트 조성은 시작되었다. 다시 3년간 같이 거주할 구성원이 모여 합의를 만들고 마을살이를 결정한 구성원은 개발계획에 관한 발언권을 갖게 하면서 에코빌리지를 만들어 갔다.
2005년에 자금을 모으고 계획 허가를 받은 후 지금의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 부지를 구입했다. 에코빌리지를 위한 이상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2008년에 불어 닥친 세계의 경제 불황은 아일랜드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투자자의 50%가 이곳을 떠났다. 2009년에 에코빌리지와 함께 할 사람들이 다시 들어왔다. 그 이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마을에 광섬유 광대역 케이블이 설치되었고, 500m 2의 태양 전지판 어레이, 에코 호스텔, 에코 기업 센터, 50 채의 주택이 지어졌거나 건설 중이다.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의 선언문은 너무 단호하다. “모두를 위한 교육, 기업, 연구 서비스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위하여(To serve as an education, enterprise and research service resource for all)”이다. 수많은 에코빌리지 방문 중에 가장 실용적인 원칙인 듯하다.
그들의 이야기 나누기
어느 에코빌리지든 자기만의 의사결정 방식이 존재한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의사결정의 목표는 커뮤니티로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에서는 실행 가능한 시스템 모델(Viable Systems Model : VSM)에 따라 조직된 우리는 모든 구성원이 의사 결정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VSM인 이 모델은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조직구조 모델로 운영 연구 이론가이자 사이버네틱스 학자인 Stafford Beer가 그의 저서 Brain of the Firm (1972)에서 소개한 모델이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자율경영, 거버넌스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이와 유사한 방법론이 자주 소개되곤 한다.
Cloughjordan ecovillage의 회원들은 목적과 원칙을 공유하고 책임을 분담한다는 아이디어를 채택한다. Sustainable Projects Limited의 모든 구성원은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 개발에 참여한다. Cloughjordan의 위치를 선택하는 것부터 지속 가능한 주택 개발을 위한 생태 헌장에 동의하는 것까지 프로젝트의 각 단계는 커뮤니티로서 결정된다. 이것은 에코빌리지의 집과 인프라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에코빌리지의 모든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포함하는 협력적이고 공동 창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와 사유의 경계, 코하우징
코하우징을 선택한 이유는 커뮤니티 주도의 주택형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에서는 코하우징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주도의 주거지를 구성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그룹에게는 큰 숙제 중의 하나이다. 코하우징을 건설하고 지원하는 회사를 이를 원하는 사이트에 코하우징을 건설하고 지원하는 일이 흔한 일 중의 하나이다. 클라우조던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코하우징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Community Led Housing의 회장인 마이클 D 하긴스 회장은 “주택공급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을 중심에 놓고 커뮤니티와 시민을 근린 개발의 중심에 두고 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리고 언급할 정도로 코하우징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클라우조던 코하우징은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 단지에 저탄소 개발, 협력적인 이웃을 만드는 것에 최우선의 목표로 한 주거단지이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 이전에 자신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살고, 주변사람과 땅과 연결되어 살고 일하고 성장하는 곳을 상상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곳이 이들이 선택한 클라우조던 코하우징이다.
아일랜드의 큰 꿈, We All Ireland
WeAll Ireland는 2020년 후반에 WEALL 회원의 지속가능성 경제재단(Feasts)과 유럽건강미래포럼(European Health Futures Forum : EHFF)의 두 자선기관이 Social Justice Ireland, Cultivate: The Sustainable과 합류하면서 시작된 조직이다.
당시 아일랜드 대통령인 마이클 하긴스(Michael D Higgins)는 2020년 10월 9일 ORCD 콘퍼런스에서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평등, 보편적 공공서비스,, 접근의 형평성, 충분성, 지속가능성에 기반 한 아이디어와 같은 시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행스럽게도 생태적 책임 내에서 사회적 경제의 대안적 패러다임의 형태로 이용가능 하지만 공공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연설한 바 있다. 이 연설은 “We All Ireland”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수줍은 에코빌리지의 내일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의 홈페이지에는 생활과 학습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 키워드는 에코빌리지를 지향하는 코하우징 방식이 삶에서 상호학습의 생활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키워드이다. 이를 보다 더 돈독하게 하기 위해 커뮤니티 농장을 비롯하여 놀고 즐길 수 있는 야외무대 등 풍성한 놀거리 현장과 자연과의 공감을 도모할 수 있는 파마컬처 학습 현장 등이 있다. 커다란 폐타이어를 이용하여 화분을 만들고 그 주변에 총 천연색으로 물든 야생화를 심어 놓았다. 주택의 처마에는 빗물을 재활용하는 빗물저금통도 마련해 두었다. 흙으로 벽을 세우고 나름 멋들어지게 디자인한 주택도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는 <Grow Local, Make Local, Shop Local>을 위해 에코빌리지의 본연의 모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진행 중에 있다. 넓은 들판에 놓아둔 분홍색 배에는 <Another World is Possible>라고 글을 적어 놓았다. 로컬에서 성장하고 로컬에서 만들고 로컬에서 쇼핑하고 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실천이 너무도 선명하게 들린다. 습도 없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사춘기의 아이처럼 보이는 소년‧소녀의 평화로고 수줍은 데이트가 클라우조던 에코빌리지를 말하는 것 같아 다시 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