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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SUNGGYUN Jul 21. 2024

바다의 시간을 만나다

킨세일 뮤지엄

KSG

킨세일은 아일랜드 제2의 도시 코크를 끼고 있는 조그만 해양도시이다. 해양도시라기보다 해양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듯하다. 유럽의 마을을 다니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커뮤니티 뮤지엄이다. 커뮤니티 뮤지엄은 마을의 역사와 삶, 전통을 알리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킨 세일에 도착한 우리는 다운타운에 창고처럼 보이는 허름한 건물 앞에 섰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선 광장은 올드타운 홀이 있는 마켓광장이었다.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글이 뮤지엄이었다. 킨세일 뮤지엄.... 무엇이 전시되어 있을까. 입구에는 킨 세일을 알리는 동네 맵이 전시되어 있다. 제법 풍채가 있는 아저씨는 개인 당 5유로씩 15유로를 내라고 한다. 우리 셋은 15유로를 지불하고 뮤지엄을 관람을 시작했다.


KSG

킨세일은 1334년 왕실로부터 최초의 헌장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마을은 상업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켈트 해를 끼고 잉글랜드와 인접한 해양도시로 육지로는 로어 코브(Lower Cove)와 샐리 포트(Sallyport)에 이어 리버 밴들을 따라 밴드(Bandon) 안쪽의 내륙까지 연결되는 지정학적 특징을 지닌 곳이다. 킨 세일은 코크의 관문이자 아일랜드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징은 무역의 중심지이자 행정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된다.   

뮤지엄의 외관은 디자인이 제법 멋스럽다. 1,600년경 지어진 이 건물은 1,706년에 증축하였다고 한다. 뮤지엄의 외관은 제법 우아하다. 건축양식은 아일랜드 지역의 건축양식이 아니라 네덜란드 스타일이라고 한다. 입구는 베네치아 창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이 지역에는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당시 서스턴 해복(Thurston Haddock) 대법원장은 자신의 건물에 법원을 만들기도 했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대서양에서 독일 해군 잠수함 유보트에 의해 침몰한 RMS 루시타니아(RMS Lusitania) 침몰에 대한 조사 하면서 그 기록을 킨세일 뮤지엄에 담았다. 그 외에도 킨 세일 전투, 킨 세일 자이언트(Kinsale Giant)에 이르는 킨 세일의 해양, 군사 및 역사에 대한 자료가 담겨있다.   

패트릭 코터 오브라이언(Patrick Cotter O'Brien 1760-1806)은 8피트 3인치에 이르는 지구상에 사 가장 키가 큰 사람이었다. 그가 벽돌공으로 일하던 18세에 “freak of nature” 쇼에 출연하면서 그는 자신을 전설적인 켈트 거인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O'Brien"이라는 무대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공연을 하지 않은 낮 시간에는 비좁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짧은 여생을 보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외과의사로부터 많은 관심거리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의 죽음은 무거운 철장이 둘러진 12피트 깊이의 시멘트로 고정할 정도였다. 죽기 전에 브리스틀에서 여생을 보는 그는 <브리스틀의 거인>으로 불렸다. 그의 거대한 부츠는 킨세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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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킨세일에는 조선소가 3개나 있을 정도로 해양선박의 중심이었다. 이들은 1612년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을 3척이나 건조할 정도로 기술력도 대단했다. 뮤지엄에는 그날의 영광을 기록한 조선산업의 일대기와 오브제가 전시되어 있다. 조선공, 배럴, 돛, 로프 등 배를 만드는 데 동원된 사람과 기물에 대한 오브제가 소리와 볼거리로 잘 전시되어 있다. 쇠를 녹여 배에 사용될 재료를 만드는 풀무질하는 소리를 비롯하여 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콘텐츠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다. 당시 킨 세일에서 건조된 선박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본사는 킨 세일에서 자동차 16분 거리의 이니 사론(Innishannon)에 있었다. 뮤지엄의 건축양식이 네덜란드의 양식 구조를 갖춘 이유는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1915년 5월 7일 큐나드(Cunard) 정기선 RMS 루시타니아는 뉴욕에서 리버풀로 가는 도중에 독일 잠수함 U20가 발사한 어뢰에 의해 킨세일의 Old Head에 침몰했던 RMS 루시타니아의 기중기, 1601년에 아일랜드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킨세일 전투에서 스페인이 아일랜드인을 도우려다가 실패한 닻과 1763년 침몰로 인해 부러진 닻이 전시되어 있다. 


비록 킨세일 뮤지엄의 외관과 그 안의 오브제가 보는 이에 따라 남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남루하게 보일지라도 그들이 품고 살아온 바다의 시간은 장엄하며 위대해 보였다. 그 시간 앞에 우리는 잠시 뮤지엄을 통해 그 시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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