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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여행자 Jul 22. 2024

섬, 이니스프리

예이츠


K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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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허의 절벽에서 슬라이고로 향했다. 숙소는 대학캠퍼스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 자리한 숙소 St. Angela's College Lough Gill Sligo는 매우 쾌적했다.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별로 없는 듯하다. 안내하는 젊은 스텝은 친절함과 유쾌함과 활기참이 뚝뚝 넘쳐흐른다. 기분 좋은 만남이다. 비록 숙소의 손님으로 만났지만 그 만남이 어색하지 않다. 


아침에 이니스프리 좌표를 찍으니 바로 앞이다. 캠퍼스 앞에는 제법 큰 호수가 있다. 길호(Lough Gill)라는 호수다. 길호 가운데 이니스프리가 있다. 직전거리는 15분 정도 거리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이니스프리로 향했다. 구비 굽구비 호수를 끼고 어디론가 안내한다. 숙소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호수의 길을 따라 도는 듯하다. 가는 길에 마을도 하나 지난다. 공터에는 어른과 애들이 할 것 없이 무언가를 즐기고 있다. 40여분을 운전하여 고즈넉한 곳에 길 끝에 도착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둘레길이다. 길을 안내하는 간판에는 Sligo Way라고 적혀있다. 예이츠의 명성에 비하여 한국처럼 화려하지도 요란스럽지 않다. 단 하나의 빛바랜 안내판이 이곳이 이너스프리라는 것을 안내한다. 


비도 추적추적 내린다. 호수 앞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다. 호수의 물빛과 하늘빛이 만나 고옥함을 더한다. 한 참을 멍하니 이너스프리를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선 느낌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너스프리는 이렇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예이츠가 살던 시절에는 구비 구비 호수를 돌아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을 보고 이너스프리의 섬이라는 시를 썼다. 그의 시는 자연의 일부로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시는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로 시작한다. 이너스프리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네이스트 포인트 라이트하우스 이후 마음에 깊이 스며든 장소가 되었다. 


<The Lake Isle of Innisfree>

                                                                William Butler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a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이니스프리의 섬


 예이츠(Yeats)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K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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