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0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선택할 것인가
한때 우리는 그것을 지구온난화라 불렀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평균 기온이 서서히 높아지는, 마치 체온이 1~2도 오른 것처럼 보이는 변화였다. 이후 이 말은 더 포괄적인 표현인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바뀌었다. 비단 기온뿐 아니라, 태풍의 경로가 변하고, 강수량이 요동치고, 계절이 뒤섞이며,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는 복합적 현상들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 어떤 중립적인 언어로 이 현실을 부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넘어, 기후열파(Climate Heatwave)라는 뜨거운 현실의 문턱에 서 있다.
이 말은 단지 더운 날씨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유럽의 노인들을 질식시킨 47°C의 폭염,
남아시아 벼농사를 초토화시킨 비정상적인 장마,
2023년 여름,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서 고립되어 목숨을 잃은 시민들,
그리고 2024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침수 도시에서 탈출하지 못한 가족들을 의미한다.
기후열파는 생태적 현상이자 사회적 붕괴의 현장이다.
그 안에는 평범한 노동자들이 실외작업 중 쓰러지고,
농민들이 메마른 논을 바라보다 눈물짓고,
이주민들이 홍수로 떠밀려 다시 떠나야 하는
현대의 기후 난민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담겨 있다.
이제 기후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는 도시의 구조, 경제의 논리, 정치의 침묵, 기술의 방향성까지 되묻게 하는 문명사적 질문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언어로 이 시대를 부르고, 또 어떤 감각으로 이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가?
말을 바꾸면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기후에 대한 언어의 변화는 단지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통계적 현상이었고,
기후변화는 관리 가능한 과제처럼 여겨졌으며,
기후위기는 더는 피할 수 없는 절박함이었고,
기후열파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의 현재다.
이 언어의 변화는 인류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그리고 이 나침반은 이제 과학적 예보가 아니라 윤리적 결단을 가리키고 있다.
기후열파시대의 시대정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이전에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관계성이다.
기후열파시대의 시대정신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누가 더 많이 피해를 입는가?
•누가 덜 책임졌지만 더 고통받고 있는가?
•지금의 삶의 방식이 과연 우리를 살릴 수 있는가?
이 시대정신은 통계를 넘어선 고통에 대한 감응에서 출발해야 하며,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전환을 위한 정치적 상상력과 집단적 용기를 요청한다.
기후 문제는 기술의 영역을 넘어, 존재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실존적 과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후열파의 문명에 살고 있다.
이 연재는 이 문을 두드리며, 우리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관련 논의와 사례를 탐색하며 우리의 모색하여야 할 시대정신과 지구시민으로서의 삶의 책임을 묻는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온도가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진심어린 선택과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