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와 셀틱 공동체

02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by 지구별 여행자

02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스코틀랜드와

셀틱 공동체



스코틀랜드와 셀틱, 공동체의 기억을 따라 걷다

겨울의 스코틀랜드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낯선 풍경을 만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를 따라 걷는 일이었고, 눈 덮인 길 위에서 공동체의 뿌리와 정체성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었다. 에딘버러의 성곽 위에서 본 붉은 석양, 하이랜드의 고요한 설원, 스카이섬 네이스트 포인트의 거센 바람은 모두 한 가지 언어로 수렴되었다. 그것은 바로 “셀틱(Celtic)”이었다.


나는 여행자로서 이 단어가 지닌 무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표지판과 상점의 간판, 음악과 축제, 축구팀의 이름에서조차 “셀틱”은 끊임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유행어나 관광 브랜드가 아니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셀틱은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는 언어였고, 공동체를 묶어 주는 정서적 자산이었다.


오래된 뿌리, 여전히 살아 있는 이름

기원전 철기시대, 켈트족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 아가일, 스카이섬은 켈트족의 언어와 신화, 생활양식이 깊이 스며든 곳이다. 지금도 게일어가 살아 있고, 옛 노래와 전설이 이어진다. 스코틀랜드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셀틱”이 빠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뿌리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는다. 하이랜드의 씨족 문화와 타탄 문양, 백파이프의 장중한 음색, 하이랜드 댄스의 역동적인 리듬은 모두 공동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이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으며,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종교와 예술, 그리고 바람의 신앙

스코틀랜드의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신앙의 기억을 품고 있다. 로마 가톨릭이 규율과 제도를 앞세웠다면, 켈트 기독교는 자연과 영성을 함께 바라보았다. 신은 성당의 벽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산, 숲과 바람 속에도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아가일과 스카이섬에 남아 있는 수도원과 켈트 십자가는 이 정신의 흔적이다. 꼬임무늬와 나선무늬로 이어지는 켈트 문양은 공동체의 끊어지지 않는 흐름을 상징한다. 지금도 기념품과 장식품 속에 살아 있는 이 무늬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은 상징이다.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셀틱

현대 스코틀랜드에서 “셀틱”은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글래스고의 축구팀 셀틱 FC는 아일랜드 이민자 공동체가 세운 구단으로, 스포츠를 넘어 정체성과 연대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에딘버러의 거리에서는 “Celtic”이라는 간판과 상점을 쉽게 볼 수 있고, 축제와 공연에서는 “Celtic music”과 “Celtic festival”이 열리며 전통이 새로운 리듬으로 다시 울려 퍼진다.


이처럼 과거의 전통은 단순히 박물관 속에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재해석되고 재창조된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그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자긍심을 확인하고, 세대를 넘어 연속성을 이어 간다.


공동체의 목소리로서의 셀틱

결국 여행자가 만나는 “셀틱”은 단순히 풍경이나 유적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가 스스로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서로를 이어 주는 정서적 언어이다. 셀틱은 역사의 뿌리이자 문화적 자긍심, 종교와 예술의 전통, 그리고 현대 사회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힘을 아우른다. 이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자기 뿌리를 잊지 않고, 차이를 통해 자긍심을 확인하며, 세대를 넘어 공동체의 연속성을 지켜내는 힘으로 작동한다.


에딘버러 성곽 위에서 바라본 겨울 석양은 빛으로 과거를 불러내고, 하이랜드의 바람은 오래된 전설을 속삭이며, 스카이섬의 바다는 영혼의 길을 열어 준다. 스코틀랜드의 겨울에서 만난 셀틱의 울림은 단순한 풍경의 감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자신을 지켜내는 힘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셀틱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언어이며, 공동체의 목소리이다.


스코틀랜드에서 경험한 셀틱의 울림은 오늘날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와도 깊이 닿아 있다. 한국의 마을과 공동체, 도시의 골목과 지역 축제 또한 저마다의 “셀틱”을 품고 있다. 그것은 뿌리이자 기억이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https://youtu.be/bBRKYdkitbU?si=4ns7Wk2HHnHZa4K-



keyword
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