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과 지역발전 전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03_난제, 수도권 일극화와 5극 3특

by 지구별 여행자

03_난제, 수도권 일극화와 5극 3특



5극 3특과 지역발전 전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앞서 살펴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보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개발정책인 5극 3특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숙제이자, 삶의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5극 3특 역시 불균형 성장 이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전통적인 불균형 성장 이론은 “성장은 일부 거점에서 시작되고, 그 성과가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5극 3특 역시 이 전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기보다는, 수도권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또 다른 거점을 여러 곳에 만드는 전략에 가깝다. 이는 불균형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불균형을 재배치하고 고도화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과거에 반복되어 온 산업 구조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소비를 위해 이동하는 거점이 늘어나는 데 그칠 가능성도 높다. 결국 5극 3특은 사람을 정착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사람을 이동시키는 전략으로 작동할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5극 3특이 인구의 소비화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일자리는 분산될 수 있을지 몰라도 주거·교육·돌봄과 같은 삶의 비용은 그대로 개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이 정책은


① 수도권 일극화를 근본적으로 완화하지 못하고
② 지역 간 경쟁만 심화시키며
③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④ 또 하나의 불균형 성장 전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5극 3특에 대응하는 지역발전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 여기서 발제자는 대안으로 지역순환경제를 제안한다. 이 제안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외생적 발전 전략, 다른 하나는 내생적 발전 전략이다.

외생적 지역발전은 지역 외부에서 투입되는 자원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가 재정 투입, 대기업 이전이나 유치, 공공기관 이전, 대규모 인프라 건설, 외부 기술과 인력 의존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 방식에서 지역은 발전의 주체라기보다 정책과 자본이 투입되는 대상으로 위치 지어진다. 단기간 성과는 빠를 수 있지만, 지역 내부의 역량은 축적되기 어렵고 외부 자원이 철수할 경우 급격한 쇠퇴에 취약하다. 한국의 성장거점 전략과 다수의 균형발전 정책은 대부분 이 외생적 발전 논리에 기반해 왔다. 강원도 태백의 사례처럼 특별법을 통해 만든 발전 전략이 결국 카지노로 귀결된 경우는 이러한 한계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지역 자산으로 남았는지, 지역순환경제로 작동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반면 내생적 지역발전은 지역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바탕으로 가치를 발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은 단순한 물적 자원이 아니다. 사람, 관계망, 생활 기술, 지역 문화, 자연환경, 역사와 기억, 사회적 신뢰까지 포함된다. 이는 지역을 하나의 ‘학습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내생적 발전은 성장의 속도보다 지속성을 중시하며, 외부 자본을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와 경제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지역을 재정의한다.

이처럼 외생적 발전이 바라보는 지역은 경제적 효율을 기준으로 한 지역(region)인 반면, 내생적 발전이 바라보는 지역은 장소성과 삶의 기반을 지닌 로컬(local)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다. 발제자가 제안하는 지역순환경제는 외생적 발전이 아니라 내생적 발전에 기반 한 발전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5극 3특을 바라본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따라야 한다. 각 극은 어떤 고유한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기술과 관계는 무엇인가. 지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외부 자원이 빠져도 유지될 수 있는 구조는 존재하는가. 만약 이러한 질문이 배제된 채 산업과 인프라만 이전된다면, 지역은 다시 소비 인구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에서 발생한 가치가 지역 안에서 순환되지 못하고 외부로 유출되면서 지역이 구조적으로 가난해지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문제는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원이 조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지역순환경제는 성장보다 순환, 재투자, 관계의 축적을 핵심 원리로 삼는다. 로컬머니, 로컬푸드, 지역사회지원농업, 리코노미, 커먼즈, 커뮤니티 웰스, 지역자산화, 공동체 토지신탁과 같은 다양한 실천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가 작동할 때 지역은 소비 인구를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치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발전을 평가하는 지표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의 생산과 거래 총량을 측정하는 GDP는 지역에서 목표가 아니라 결과 지표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생산했는가, 얼마나 많이 거래되었는가보다 그 성장이 누구의 삶을 안정시켰는가, 어디에 축적되었는가, 지역이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었는가, 공동체의 돌봄과 신뢰는 강화되었는가를 묻는 것이 지역발전의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앞서 논의한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때, 전환마을(Transition Town)과 레트로 서비비아(Retro Suburbia)와 같은 공간 구상은 지역의 삶과 경제를 함께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 공간 디자인은 산업·노동·생활·돌봄이 분절된 구조를 다시 엮어내며, 로컬순환경제 패러다임을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실천적 틀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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